호위함 건조 지연 우려, 해군 사업 연이어 '삐걱'…전투력 유지 괜찮나

울산급 차기 호위함 Batch-Ⅳ 1·2번함 사업
조선업계 참가 거부 "7575억 예산으로는 적자"
원자재 상승 등 원가 반영 요구, 사업 지연 불가피
잇딴 지연 가능성, 방사청 사업관리 역량 도마위
  • 등록 2024-08-30 오전 5:00:00

    수정 2024-08-30 오후 3:12:5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해군 함정 건조 사업이 잇따라 지연될 위기에 처하면서 전력화 차질에 따른 해군 전투력 유지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전력 건설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의 사업 역량도 의심받고 있는 모양새다. 납기 준수라는 방위사업의 대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울산급 호위함 배치(Batch)-Ⅳ 1·2번함 건조 사업 설명회가 취소됐다. 앞서 방사청은 지난 20일까지 조선 업체들을 대상으로 해당 사업의 입찰참가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한 곳도 입찰참가 등록을 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에 지난 21일 사업을 재공고하면서 이날 조선 업체들에게 사업 참여를 독려하려 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업체들은 이전 사업인 Batch-Ⅲ 후속함 사업 예산은 대당 4000억원이 넘었는데, 이에도 못미치는 7575억원에 그쳐 적자가 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진행된 4600억원 규모 차기 군수지원함 2차 사업 역시 수지타산 문제로 유찰돼 재입찰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한화오션이 건조하기로 했지만, Batch-Ⅳ 1·2번함 사업은 분위기가 다르다.

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리스크로 인한 수급 불안정 △친(親)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등으로 제조업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같은 외부 요인들이 원가에 반영이 되지 않아 지나치게 낮게 예산이 책정된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Batch-Ⅳ 1·2번함 건조 사업 가능 추정치와 실제 발주 예산간 격차는 1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과거 기획재정부와 합의한 ‘총사업비’가 낮게 책정된 탓이라는 입장이다. 총사업비를 20% 이상 증액하려면 기획재정부에 사업타당성을 재검토받아야 한다. 업계는 사업타당성 재조사를 거쳐 제대로 된 예산이 편성돼야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제때 사업 시작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 1동해상에서 실시한 합동 전투탄 실사격 훈련에서 춘천함(FFG-II)이 적 항공기 및 유도탄을 모사한 대공무인표적기에 해궁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해군)
또한 장보고-III Batch-II 3번함 건조 사업의 경우에도 제한된 예산 탓에 전력화 지연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외 주요 장비업체와의 가격 협상 등이 길어져 납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차기 잠수함 구조함 ‘강화도함’은 아예 납기 가능 시점이 불투명하다. 최초 납기일은 2022년 12월 15일이었지만, 강화도함에 탑재되는 심해 구조 잠수정(DSRV)의 요구성능 미달로 납기가 연기됐다. 언제쯤 해외업체의 DSRV 성능이 충족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해군 잠수함은 늘어나는데 사고 발생시 잠수함과 승조원을 구해야 하는 함정은 30년 가까이 된 청해진함이 유일하다. 해군 작전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해군 제7기동전단의 기동함대사령부 승격을 위한 핵심 전력인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 역시 지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사업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업체간 경쟁 과열로 아직 군 당국이 사업 추진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건조 사업 계약이 내년으로 넘어가게 될 경우 KDDX 탑재를 위해 개발되고 있는 한국형 ‘이지스’(Aegis) 전투체계와 해상용 장거리 요격체계(L-SAM) 등도 지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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