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은 위장관 응급 내시경 시술이 필요한 환자를 비롯한 신규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한양대병원 응급실은 다른 병원에서 전원 오는 환자나 관상동맥 조영술이 필요한 환자는 돌려보내고 있다. 부산대병원 응급실은 감염내과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기존에 진료를 해온 환자만 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정형외과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뺑뺑이가 만연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9일 서울 지하철 사고로 다친 작업자는 받아줄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는 데 16시간이나 걸렸다. 상반기에 전국에서 119 구급차를 타고 뺑뺑이를 돈 환자는 2600여명이고, 그 가운데 41%인 1080여명이 병원의 전문의 부재 탓이었다.
의료 공백과 응급 의료 붕괴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논란의 소지가 큰 의료 개혁을 강행하다가 사달을 낸 정부가 책임지고 실효성 있는 해법을 내놔야 한다. 의료인들에게 자제와 직업의식을 요구하는 식만으로는 지금의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보다 실천가능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 이대로라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국민이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고, 개혁도 물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