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해고 막는 경직된 노동법…기업 일자리 창출 어렵게 해"

[만났습니다]①이동근 경총 부회장 인터뷰
국가 경쟁력 강화 위해 노동시장 개혁 시급
법·제도 개선해 노동시장 경직성↓ 유연성↑
“투자 인센티브 늘려 기업투자·일자리 창출도”
노사간 힘의 균형 회복하고, 선진적 관계 구축
  • 등록 2024-01-29 오전 5:55:00

    수정 2024-01-29 오전 5:55:00

[이데일리 박민 기자] “올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고금리 등으로 인해 우리 기업의 투자 여력이 줄면서 내수 경기는 더 안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라도 노동 개혁과 과감한 규제 혁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활력 제고만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근본적 해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우리 경제는 2% 초반의 성장률로 지난해(1.4%)보다는 다소 나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글로벌 경기 불안 요인이 여전해 낙관하긴 어렵다는 게 이 부회장의 판단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 기업과 동등한 환경 아래 경쟁할 수 있게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관련 제도 개선과 관행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이 부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노동의 생산성은 높이고 경직성은 해소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대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강력한 노동 개혁과 과감한 규제 혁신, 상속세·법인세 등 조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노동 관련 규제를 해소하면 우리 기업은 물론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로 유입되면서 국내 투자가 활성화하고 고용(일자리)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 회관에서 약 60분에 걸쳐 진행됐다. 다음은 이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23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지난해 거둔 성과와 소회에 대해 말하자면.


산업현장에 법치주의를 확립한 한 해로 평가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파업 등에 단호히 대처하면서 이전 정부에 비해 근로손실일이 크게 줄었다. 특히 일명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입법 중단을 촉구하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 낸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또한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2.5% 수준으로 최소화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걱정을 덜 수 있게 했다. 다만 고용과 임금, 근로시간 등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개혁은 제대로 논의돼지 않아 올해 역점 과제로 보고 있다.

-올해 경총의 주요 추진 사업과 계획은.

우리나라 노동시장 유연성과 노사관계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 조사대상 141개국(경제권) 가운데 우리나라의 노동유연성은 97위이고, 노사협력은 130위에 해당한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미래세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와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위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여러 해 동안 노동 관련 법이 모두 노조 측에만 유리하도록 법규가 만들어졌는데 이런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노동 환경 규제 개선에 힘쓸 계획이다.

-노동 환경 규제 개선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한마디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고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고, 근로시간, 파견 규제 등이 매우 경직적이어서 새로운 산업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미래세대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하려고 해도 인건비가 비싸고,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입지 확보도 어렵다. 여기에 노동 법규가 너무 경직적이어서 한번 뽑으면 해고도 못하고, 처벌 관련 규정(중대재해처벌법)만 세다. 이에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낮추고 유연성은 높이면서 투자 인센티브를 늘려 기업 투자와 일자리가 많아질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최우선으로 꼽는 과제는.

저성과자 해고를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이끌 것이다. 이는 ‘저성과자는 언제든 해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노사 협의에 의해 결정하는 등 좀 더 유연하게 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현행 근로기준법 제23조 1항에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고 사유가 매우 제한적이고, 명시적인 통상해고 규정이 없다. 이로 인해 저성과자 등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어 인력운용의 비효율성이 매우 크다. 해고 사유를 업무태도가 불량하거나 업무능력이 부족한 경우 등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동시장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행 근로시간은 연장근로를 1주 12시간으로 제한해 기업이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장근로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변경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1000인 이상 기업의 약 70%가 근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성과와 상관없이 월급이 오르는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신입사원과 30년 된 직원의 임금차가 1.8~2배 격차인데 우리나라는 3배 격차가 날 정도다. 가만히 있어도 무조건 임금이 오르니까 오히려 구성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약한다. 이에 현행 임금체계를 수행하는 일의 가치와 성과에 맞게 보상해 근로자의 동기부여를 높일 수 있도록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만 65세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우리 노동시장은 임금과 고용의 유연성이 여전히 낮고, 정년 만 60세가 시행된 지 불과 7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의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을 고려하면 대부분 기업은 추가적인 법정 정년연장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 법정 정년 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법정 정년연장은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키고,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곧 총선이다.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은.

21대 국회에서는 친노동 입법들이 대다수를 이뤘던 반면 규제개혁과 기업활동에 대한 지원이 매우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22대 국회는 당장의 인기와 정치적 이익보다는 우리 경제와 국가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더욱 고민해 주길 바란다. 혁신을 가로막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혁파하고, 노동시장 유연화와 법인·상속세제 개선 등 기업활력 제고와 우리 경제 재도약을 위한 입법 활동에 주력해 주길 기대한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23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동근 부회장은...△1957년생 △연세대 행정학 학사 △미국 밴더빌트대학원 경제학 석사 △동국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제23회 행정고시 23회 △산업자원부(現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국장 △지식경제부(現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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