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로 일하는 A씨는 1300명이 넘는 전교생을 홀로 전담한다. 그는 “화장실 갈 틈이 없어 학생들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뛰어갔다 올 때도 있을 정도”라고 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수시로 호흡곤란, 공황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업무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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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상담 건수 자체도 늘었지만 상담 내용의 심각성도 커졌다”며 “학생 정신건강 관리는 다른 교사가 대체할 수 없기에 상담교사가 없는 학교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있어도 어떻게 할지 모르고 있는 상황으로 안다”고 했다.
이처럼 정신건강 위기학생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학교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들은 격무를 호소하고 있다. 이마저도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되지 않은 곳은 전국 학교 10곳 중 6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학교 현장에는 정서행동위기징후를 보이는 학생이 늘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5년간 연도별 ‘관심군’에 속한 학생의 비율은 △2018년·2019년 4.6% △2020년·2021년 4.4% △2022년 4.6%를 기록했다. 올해는 4.8%(8만2614명)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극단적 선택 위험군’ 비율도 △2021년 1.0% △2022년 1.1%에서 △2023년 1.3%(2만2838명)로 증가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을 관리하는 전문상담교사도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위기를 심각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 강득구 의원실이 전국 상담교사 2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상담교사 76%는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학생들의 심리·정서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나아지고 있다”고 한 비율은 0.5%에 불과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전문상담교사 B씨는 “33개 학급을 홀로 담당하고 있다”며 “한 반에 한 명씩, 1시간만 상담해도 늘 시간이 부족하다. 회의 참석과 관련 행정업무도 많아 상담에만 시간을 쏟기도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위기학생을 관리할 전문상담교사 배치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통계에 따르면 작년 전국 1만1794개 초·중·고등학교 중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41.78%(4928곳)이다. 특히 초등학교 배치율은 28.9%로 나타나 중학교(53.3%), 고등학교(59.3%) 배치율에 비해 한참 못미쳤다. B씨는 “아이들의 경우 상담교사가 있는 곳으로 입학하면 운이 좋은 것이고 운이 안 좋으면 상담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찬 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위기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의 연령이 어려지고 있고 문제가 심화할 경우 학폭 사안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많다”며 “초등학교 전문상담교사 배치가 시급하다. 위기 아이들을 조기 발견·치료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예방적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