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자 4명 중 1명이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 받은 다중채무자라고 한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현재 다중채무자는 448만명으로 1분기보다 2만명이 늘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자 1978만명의 22.6%에 달한다. 또한 이들이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 잔액은 572조 4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의 31%나 된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이미 위험 수위를 훨씬 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08.1%로 2017년(92%)과 비교하면 5년 만에 16.1%포인트나 높아졌다. 비교 가능한 26개국 중 가계부채 비율은 2위, 5년간 증가폭은 1위를 각각 기록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 가계부채의 규모와 증가 속도가 모두 적정 범위를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에 따라 IMF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매년 한국에 그 위험성을 경고하며 부채 축소(디레버리징)를 권고하고 있다.
가계부채 중에서도 다중채무자는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당장은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통계 상으로 위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은 7월말 현재 0.4%로 1년 전의 2배로 뛰었다. 다중채무자 연체율은 무려 1.4%(올 2분기말 기준)로 이보다도 3배를 넘고 있다. 대출자의 상환 능력이나 부담의 정도를 나타내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더욱 심각하다. 다중채무자의 DSR은 2분기 말 현재 61.5%로 처분가능소득의 거의 3분의 2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특히 다중채무자 중 저소득 저신용인 취약 차주가 127만명에 달하며 이들의 DSR은 67.1%에 이르고 있다.
코로나19 기간에 지원됐던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의 금융지원 조치가 지난달로 종료되면서 향후 다중채무자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기존 10조원에서 1조원 이상 증액했다고 하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금융 취약계층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고 자활 능력을 키워주는 촘촘한 지원 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