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한한 재미 석학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말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양극단의 집회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신 교수의 입을 빌리자면 대한민국은 ‘정치의 실종’ 상태다. 연일 저렴하고 거친 말만 주고받을 뿐 대화나 타협은 없다. 당장 맞닥뜨린 글로벌 경제 블록화, 중국 경제침체, 북·러 밀착 등 경제·안보 ‘복합위기’에 대한 고민은 찾기 어렵다. 미래 세대를 위한 노동·연금·공공·규제·교육 개혁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민생 챙기기를 위한 정책경쟁을 원하는 국민 바람은 사치일 뿐이다.
치열하게 대립하다가도 위기대응과 국익을 위해서라면 ‘초당적’으로 똘똘 뭉치는 미 정치권과 대비되는 만큼 신 교수에게 현 시국의 단면은 더 뇌리에 강하게 박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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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두 경쟁은 계속하되 고객과 미래 세대를 위해 협력할 건 협력하겠다는 대승적 협치(協治)의 결과물들이다. “당신과 내가 가진 사과를 서로 교환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각자 사과 한 개씩을 가진 거지만, 하나의 아이디어를 서로 교환한다면 우리 각자는 두 개의 아이디어들을 가진 것”이라는 미국의 유명 극작가 버나드 쇼의 격언이 제대로 작동하는 게 우리 산업계이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은 또 어떤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만이 ‘열일’ 하는 모양새로 느껴지는 건 분명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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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한국 정치는 4류’라고 일갈한 ‘베이징 발언’이 나온 지도 어느덧 30년이 다 돼 간다. 여전히 반목의 시대에 머물러 있는 정치가 4류에서 벗어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정치인은 몇이나 될까. 반대로 ‘프레너미’ 시대에 순응한 기업들에 이제 ‘1류’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도 아까울 정도다. ‘정치가 바로 서야 국민이 살고 나라가 흥한다’는 흔하디흔한 격언을 되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