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김응열 기자] “미·중 패권경쟁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세계 경제질서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장은 10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패권 상황을 이같이 진단한 뒤 “한국 경제의 안정과 지속적 번영을 위해서는 군사안보 동맹뿐 아니라 인공지능(AI), 기후, 공급망 등 새로운 의제에 대한 굳건한 한·미 동맹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한·미 동맹 훼손 시 국방비 증액과 신용등급 하락 등에 따라 최대 3041조6000억원의 경제적 가치가 손실될 수 있다.
|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장.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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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전기차 보조금 차별 같은 사태를 일으킨 인플레이션감축법(IRA)처럼 미·중 패권경쟁 과정에서 우리에게 불똥이 튀는 사안에 대해선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IRA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배 소지가 있음에도 중국 견제의 명분을 기반으로 강행됐다”며 “앞으로도 이런 사안이 발생할 시 정부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차원의 접근 병행이 필요하다. 한·미 경제계가 지속적으로 IRA 반대 및 완화 요구의 한 목소리를 전달한 것처럼 전경련이 그러한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을 하나의 공급망 체계로 묶는 ‘칩4 동맹’을 주도할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14나노 이하 로직반도체에 대한 장비 수출도 통제하기로 해, 우리 기업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권 부회장은 무역 관계가 얽히고설킨 중국을 마냥 외면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전경련 조사 결과 △수입 의존도 90% 이상 △수입 경쟁력 절대 열위 △수입금액 규모 상위 30%에 해당하는 핵심 수입품목 228개 중 중국산이 172개로 75.5%에 달한다. 강철 제조에 필요한 망간과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흑연,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마그네슘 등이 대표적이다. 권 부회장은 “미·중 사이 균형 유지를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핵심 수입품목의 중국 편중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일 관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게 권 부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한·일 경제계도 지난해 7월 3년 만에 열린 한일재계회의에서 김대중·오부치선언 2.0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했다”며 “한일 양국의 현 정부가 관계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어 관계 정상화를 희망하는 경제인의 한 사람으로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일 국민 절반 이상은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하고 또 양국 간 관계 개선이 상호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