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보유한 소비자가 보험사에 이를 ‘비싸게’ 되사갈 것을 요구하는 ‘보험환매요구권’ 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은 보험환매요구권 제도가 결국에는 소비자 손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고금리 보험계약을 보유한 660만 소비자들 가운데 이 제도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주장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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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7% 이상 고금리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비율이 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높아 오래 보유하고 있을수록 이득이지만,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해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반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비율 5~7%보다는 낮지만, 장기저축성보험은 7% 이상 고금리가 대부분이어서 그동안 해지가 거의 없었던 상황에 비하면 최근 증가추세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처럼 고금리 상품이라 해도 급전이 다급해지게 되는 소비자들은 해지를 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들에게 해지환급금에 더해 프리미엄까지 얹어주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7% 이상 고금리 보험계약은 보험사들이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집중적으로 판매한 보험상품이다. 당시 보험사들이 덩치 키우기에 집중하면서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했다. 은행의 예적금처럼 금리를 미리 확정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며, 대체로 연금보험에 적용됐다. 2000년대 당시 기준금리가 5%대에 달했고 은행들은 금리가 10%에 가까운 적금상품을 판매할 때였다. 보험사들도 이에 7% 이상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보험사 역시 고금리 보험계약 해지에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보험환매요구권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새 회계제도(IFRS17) 하에서는 부채를 시가평가해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할 수 있다. 프리미엄을 늘리는 보험사가 나올 수 있어 시기적으로도 보험환매요구권 논의 적기로 보인다.
소비자가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보유하고 있었다가 해지하게 되면 되돌려받게 되는 보험해지환급금은 그간 부었던 원금에 그동안 붙은 이자의 합이 된다. 앞으로 받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은 모조리 포기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소비자가 보험환매요구권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여기에 프리미엄을 얹어서 받게 된다. 프리미엄이 50%라고 가정했을 때, 해지환급금이 2000만원이었다면 보험환매요구권 사용에 따른 환급금은 3000만원이 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프리미엄을 최소 50%는 줘야 한다고 보고 관련 제도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의 경우 5개 보험사가 최저보증옵션을 부가하는 변액연금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데, 프리미엄을 해지환급금의 20%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벨기에의 경우 2개 보험사가 운영하는 고금리 종신보험을 해지하면 환급금에 프리미엄을 14~30% 얹어준다. 프리미엄은 보험사가 향후 지급해야 할 금액의 총합보다는 적고, 당장 해지했을 때 환급되는 금액보다는 큰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가 무난하게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면 보험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이득이다. 환매요구권이 필요한 경우는 재정상의 이유로 연금개시 시점까지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이 같은 고금리 저축성 보험의 특성 때문에, 보험계약을 해지하려는 소비자는 오로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보험설계사가 보험 해지를 권고하지 못하도록 막고, 보험을 해지한 이후 설계사가 소비자에 연락을 취해 타 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는 이른바 ‘승환계약’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보험환매요구권과 관련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보험 가입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환매요구권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 스스로 해지를 판단한다고 가정한다면 환매요구권은 긍정적이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상존한다”면서 “무조건 안 된다거나 당장 검토하겠다는 것 양쪽 다 아니다. 여러 가지 전제조건을 검토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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