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농산물값, 계약재배가 해답될까

[7월 농축수산물값 7.1% 급등]
여름배추·감자 등 계약재배 실시
공급물량 확보…가격 안정 기대
  • 등록 2022-08-05 오전 5:30:01

    수정 2022-08-05 오전 5:30:01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여름철 농산물 가격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과 맞물려 물가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다음주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을 내놓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는 가운데 처음으로 실시하는 계약재배 정책을 통해 수급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 배추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7.1% 올라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폭은 지난해 5월까지 두자릿수대를 나타내다가 올해 들어선 3월 0.4%까지 낮아졌지만 최근 들어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농산물 물가는 8.5%, 이중에서도 채소류는 25.9%나 급등했는데 지난달초 이른 폭염과 장마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고 예년에 비해 재배면적도 줄어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분석했다.

당분간 농산물 물가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는 8월 여름배추와 무 도매가격이 출하량 감소로 평년대비 각각 57.8%, 22.6%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념채소 중 양파는 예년보다 재배수요가 줄면서 생산이 감소해 평년대비 도매가격이 48.8%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당근·대파 등도 평년에 비해 높은 가격 수준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올해 추석(9월 10일)이 예년보다 빠르게 시작하면서 농축수산물 수요 증가에 따른 추가 가격 상승 압박도 더해질 예정이다. 정부는 사과·배·소고기 등 10대 성수품 중심으로 물량 비축과 방출을 통해 수급 안정을 도모하고 할인 행사를 펼칠 예정이지만 물가 부담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근본적인 공급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계약재배를 통한 재배 수요를 유도할 계획이다.

배추의 경우 이미 지난달 하순부터 농협과 함께 다른 작목에서 배추로 전환하는 농가 대상으로 재배 물량을 수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감자도 재배면적을 늘리거나 작목을 전환하는 농가 대상으로 사전약정·수매를 통해 재배면적을 확대할 방침이다.

계약재배는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정부가 수매를 하기 때문에 농가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 차원에서 단기 농산물 수급을 위해 사전 약정해 재배면적을 확보하는 정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식품부가 계약재배를 통해 확대할 재배면적이 배추의 경우 100ha(1ha=1000㎡)인데 생산량이 8000t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근 가격이 상승하는 품목 중심으로 재배 수요가 몰릴 경우 추석이 지나고 가을에는 오히려 농산물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 계약재배 대상은 단기 수급 안정을 위한 물량으로 가을 이후 수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에 계약재배를 통해 수급 안정을 도모하는 것처럼 중장기로는 전체 농산물에 대한 사전 수매 약정을 도입해 농산물 수급 형태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여름배추·감자 등에 처음 도입하는 사전약정·수매가 수요 조사 등을 바탕으로 실시하는 만큼 효과를 볼 것”이라며 “전체 농산물 대상으로도 계약재배 물량을 점차 확대해나가는 등 수급 안정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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