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채권자 몰래 '메디칼론' 대출…대법 "사해행위 맞다"

'채무초과' 한의사 추가 대출받아 요양급여채권 넘겨
法 "일반채권자 해한 사해행위…금융기관 악의도 추정"
  • 등록 2022-02-07 오전 6:00:05

    수정 2022-02-07 오전 6:00:05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방병원을 운영하는 한의사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추가적인 대출을 위해 금융기관에 병원 요양급여채권을 양도한 것은 기존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해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이데일리DB)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한의사 B씨로부터 요양급여채권을 양도받은 금융기관 C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B시와 C 사이 체결된 채권양도양수계약을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한의사 B씨는 2015년 9월 C로부터 ‘메디칼론’ 방식으로 1억원을 대출받기로 한 뒤 담보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현재 보유하거나 장래 보유할 요양급여채권 30억원을 양도하는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했다.

메디칼론은 금융기관에서 의료기관 운영자를 상대로 운영하는 상품으로, 대출 담보로 요양급여채권을 양도받은 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대신 지급받아 원리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계약 체결 뒤 C는 2015년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 6억3000만원을 입금받았다. C는 해당 금액에서 대출금 상환 원리금 변제에 사용한 뒤 나머지는 B씨 계좌로 반환했다. 2017년 5월 대출금이 모두 변제됐고, 채권양도는 해지됐다.

문제는 B씨가 당시 요양급여채권과 1억7000만원 정도의 재산 외 7억4000여만원의 대출이 있어 채무초과 상태였다는 점이다. B씨는 C로부터 대출받은 1억원 대부분을 다른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상환에 사용했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일반채권자 A씨는 B씨와 C 사이 요양급여채권 양도계약은 사해행위라며 취소 소송을 냈다. 해당 계약이 A씨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2심은 “B씨가 C와 맺은 계약은 B씨의 채무초과 상태를 더욱 심화시키고 C에게만 다른 채권자에 우선해 자신의 채권을 회수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A씨를 비롯한 일반채권자들의 이익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은 상고심까지 이어졌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채권양도는 B씨의 채무초과 상태를 더욱 심화시키고 C에게만 다른 채권자에 우선해 자신의 채권을 회수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A씨를 비롯한 일반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B씨에게는 사해의사가 인정되고 C의 악의도 추정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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