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철회하자, 여당은 이 후보의 “유연함”을 극찬하고 나섰다. 여기서 한 가지 묻고 싶은 점은, 후보를 극찬하는 모습이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를 여당은 한번쯤 생각해 봤는가 하는 점이다. 상황이 변하면 입장도 변하는 것이 맞지만, 상황이 변한 것이 없는데 입장이 변했다면, 최소한 이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만일 본인들이 상황을 잘 모르고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추진했다가, 비로소 현실을 인지해 물러선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집권 여당은 문자 그대로 국가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인데, 그런 자리에 있으면서 국가의 재정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했다면, 이는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권의 이런 행동을 보면서, 또 다른 생각이 든다. 여권이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일을 추진하면 국민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거나, 자신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여당은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만일 국민들을 설득하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여당은 이번 대선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윙보터라고 할 수 있는 중도층의 지지를 획득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스윙보터의 정치적 특징은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정치적 판단을 한다는 것인데, 이런 특징을 가진 유권자들을 “이끌려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현재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다수 유권자는, 스스로를 진보라고 평가하는 이들이라는 말이다. 이럴 경우,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의 수가 줄기라도 하면, 후보와 여당은 그 타격을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중도층을 추가적으로 흡수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국민 생각 속에 들어가야지, 국민들을 이끈다는 사고는 승리를 위해서는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마음을 읽고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버리고 국민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국민의 고통과 희망을 읽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