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67)왜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플까?

우유 섭취 시 복통·설사·방귀·복명 등 증상 '유당불내증'
포유류 젖에 든 '유당' 분해 효소 락타아제 부족이 원인
유당 없앤 '락토프리 우유'나 두유로 대체 시 증상 없어
  • 등록 2020-05-24 오전 8:00:00

    수정 2020-09-23 오후 12:01: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픈 사람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유를 마실 경우 복통, 설사, 방귀, 복명(腹鳴·장에서 나는 소리) 등의 증상으로 화장실로 직행하기 일쑤인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이런 사람들에겐 우유는 물론 우유가 들어간 커피인 카페라테도 꺼려지긴 마찬가지다.

왜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픈 걸까. 이것은 우유에 들어 있는 유당(젖당·lactose)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유당은 포유류의 젖 속에 들어 있는 이당류로 모든 포유동물의 유즙에 약 5% 정도 함유돼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75% 즉 4명 중 3명은 이 유당을 포도당(글루코스·glucose)과 갈락토스(galactose)로 가수분해할 때 촉매로 사용하는 효소인 락타아제(lactase)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에 유당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한다. 이를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Lactose intolerance)이라고 한다.

이당류(二糖類)인 유당을 단당류(單糖類)인 포도당과 갈락토스로 분해할 때 촉매로 사용되는 효소인 락타아제는 소장 벽에 있는 미소융모(絨毛) 부위의 점막세포에서 분비된다. 선천적으로 이 효소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 이 효소는 영아기의 소장 내엔 풍부히 존재하다가 이유기 이후부터 서서히 감소한다.

우유를 마시면 탈을 겪는 사람들도 요구르트나 치즈 같은 유제품은 별 탈 없이 잘 먹는 이유는 이 같은 유제품들은 발효를 거치면서 유당의 함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유당불내증이 심한 경우엔 이 같은 발효유제품도 먹기 힘들다.

그렇다면 유당불내증 환자들이 배탈 걱정 없이 우유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답은 ‘예스(yes)’다. 유당(lactose)이 없는 우유라는 뜻의 ‘락토프리(Lacto-free) 우유’를 마시면 된다. 최근 몇 년간 이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각 우유업체들은 앞다퉈 락토프리 우유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미세필터를 이용해 유당을 걸러내거나 락타아제를 투입해 유당을 분해하는 방법을 쓴다.

유당불내증으로 카페라테를 마시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해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는 우유 대신 두유나 락토프리 우유를 카페라테에 넣어 주는 경우도 있다. 유당불내증이 있는데 카페라테를 마시고 싶다면 미리 이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거나 매장에서 두유나 락토프리 우유로 변경 가능한 지 물어보는 게 좋다.

‘국민 두유’로 유명한 베지밀(Vegemil·채소를 뜻하는 ‘Vegetable’과 우유를 뜻하는 ‘Milk’의 합성어)의 탄생도 유당불내증에서 출발한다. 소아과 의사였던 정식품의 고(故) 정재원 창업주가 유당불내증을 앓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1967년 치료용으로 두유를 만든 게 그 시초다.

*편집자 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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