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비대면사회 전환 안돼…지역공동체 더 활성화될 것"

[포스트 코로나, 석학에 길 묻다]최재천 이대 석좌교수②
"코로나 이후 비대면사회·국수주의 심화되는 일 없을 것"
"가족단위 유대 강화로 지역공동체 활성화 더 강화될 듯"
  • 등록 2020-05-08 오전 1:23:00

    수정 2020-05-08 오전 1:23:0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코로나19 이후에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비대면 사회로 가고 국수주의가 심화되거나 아예 세계화가 끝날 것처럼 얘기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도 근본적으로 여럿이 모여살 수밖에 없는 사회성 동물이고, 다른 사회성 동물보다 한 차원 더 진화한 사회성을 지녔다. 국내만 놓고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오히려 지역공동체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한다.”

최재천 교수 (사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전망을 내놓으며 “최근 비대면 거래나 회의, 강의 등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흐름이라기보단 기존에 생겨난 현상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가진 본능에 기반한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최 교수는 이에 대한 신뢰로 이제는 일상으로의 복귀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과거 6.25 전쟁에서도 포탄이 떨어지는데 할 일은 하면서 살았다”며 “바이러스가 돈다고 아무 것도 못하고 굶어 죽는다면 그런 방역은 안하느니만 못하며 이 같은 방식은 절대 훌륭한 방역이 아니다”며 “조심스럽게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생활방역 지침을 잘 지켜가면서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갈 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재천 교수와의 일문일답.

-코로나19가 박쥐로부터 옮겨진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게 맞나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박쥐는 종수(種數)가 많다보니 바이러스를 옮기기 쉽다. 지구상 포유류만 보면 종수 절반이 설치류이고 그 나머지의 절반, 즉 전체 포유류의 25% 정도가 박쥐다. 특히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열대에 주로 살던 박쥐 분포가 넓어지고 있다. 우한만 해도 아열대기후이고 박쥐가 많다. 인간과 달리 박쥐는 묘하게 밖에서 들어오는 바이러스에 신경 쓰지 않는 식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면역력이 강하지 않다. 종수도 많고 바이러스가 들락거리기 쉽다보니 박쥐는 바이러스를 이리저리 옮기는 역할을 많이 한다.

-인간의 특이한 식습관 등에 따른 일종의 `자연의 역습`이라고 보나.

△인간이 자연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옮겨올 일이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숲으로 나는 길은 언제나 파멸로 이른다`고 쓴 적이 있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숲에 길을 내다보니 이런 일들이 쉽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포유류가 인간이고 살아가는 밀도가 높다보니 바이러스로부터 공격 받을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한 사람이 바이러스에 뚫리면 다른 사람에게 쉽게 옮겨 대유행을 만들 수밖에 없다. 다만 자연이나 환경의 역습이라고들 얘기하는데, 자연이 어떤 의도나 계획을 가지고 바이러스를 옮기진 않으니 이렇게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다. 확률상 인간에게 옮길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떤 특이점이 있나.

△의인화 해보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무지하게 영리하다. 에볼라나 HIV는 독성이 너무 강해 바이러스에 걸리면 초기부터 통증이 심하고 치명률도 높다. 반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초반엔 거의 증상이 없다보니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처럼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그러다 옮겨진 바이러스는 인체 내 기관지로 들어가면 급속도로 발전한다. 숙주를 찾았다 싶으면 공격해댄다. 굉장히 약은 녀석이다.

-그래도 우리는 코로나의 특성을 잘 간파해 초기부터 잘 대응했다.

△우리 방역당국이 처음부터 코로나 바이러스의 속성을 잘 알고 대응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과거 메르스로 인한 경험을 토대로 나름 준비해온 덕이다. 메르스 때엔 병원이 뚫리면서 큰 낭패를 봤고 그 때문에 초기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진 방역부터 철저히 했다. 또 단계마다 방역당국이 결정을 잘 내렸고 운도 따랐다. 신천지라는 변수만 없었어도 국내에선 코로나19가 별 볼일 없이 지나갔을 것이다. 치명률 2%라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은 초기에 잘못 판단했다. 다른 나라들도 초기 대응할 시기를 놓쳐서 치명률이 높아지고 중환자실로 갈수밖에 없다 보니 병상은 부족하고 의료체계가 붕괴됐다. 지금 일본이 그렇게 가고 있다.

-가을, 겨울에 2차 대유행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2차 대유행이 당연히 올 수 있다. 2차 대유행이 오면 자칫 지금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과거 스페인독감 때에도 2차 대유행에서 환자가 1차의 5배 이상이었다. 다만 우리는 이미 잘 갖춰진 방역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본다. 신천지 수준으로 돌발변수만 아니라면 사회에서 확진자가 생겨도 금새 드러날 것이고 시스템 내에서 격리와 조사, 접촉자 추적 등을 통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이후 인간에게 타인과의 접촉을 회피하고 갈등하는 경향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많이들 비관적으로 얘기하는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단순하진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었다고 인간이 너무 지나치게 접촉을 피하거나 비대면 세계로 완전히 바뀔 것 같진 않다. 국수주의가 심화한다거나 아예 세계화가 끝났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보긴 어렵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순 없을 것이다. 단서성 생물과 달리 인간이나 개미, 꿀벌 등은 여럿이 모여 사는 사회성 동물이다. 특히 인간은 그 중에서도 독특하다. 예를 들어 커피숍에 침팬지 20마리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옆동네 침팬지가 들어왔다고 하자. 그러면 그 20마리 침팬지들이 그 하나를 가만 두지 않는다. 절대 영역을 침범 못하게 한다. 개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역 대합실에 200~300명 다녀도 다른 호모사피엔스들을 걱정하지 않고 다닌다. 우리는 그 단계의 진화를 한 유일한 동물이다. 특히 가족단위 유대가 더 강화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사회적 거리도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의미가 없다. 가족 외에 공동체가 더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급속한 근대화로 잃어버렸던 지역공동체가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한다.

-실제 비대면 거래가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다는 수치도 있지 않나.

△코로나19 때문에 바뀐 흐름이라고 보지 않는다. 원래 있던 현상이 코로나로 인해 더 가속화할 뿐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국내 모바일 뱅킹은 전 국민 중 이미 65%가 사용하고 있었다. 그 외 온라인 쇼핑이나 원격강의 등도 코로나로 인해 나타난 변화가 아니라 이미 바뀌고 있던 것들이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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