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덕담이나 하고 지나가면 됐을 텐데 왜 그렇게 초를 치는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2000년 IT 버블이 어떻게 사라지고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얼마나 곤란을 겪었는지 지켜본 입장에서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후로 난 그 모임에 초대받지 못했다.
경영학 용어에 ‘캐즘(chasm)’이라는 게 있다. 처음에는 사업이 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단계가 되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마치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처럼 정체 상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걸 말한다. 많은 산업의 발전 과정을 보면 이 경우가 빈번하게 수집된다. 멀게는 1900년대 초 미국에 철도가 깔리던 시절 100개가 넘던 철도회사가 극심한 불황을 통해 정리돼 지금이 된 게 그 사례다. 인터넷 보급이 본격화하던 2000년 우리나라 포털 업계에서도 그런 사례를 찾을 수 있다. 2000년 최고 주가일 때 시가총액이 5조원에 육박하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그 해 말이 되면 1800억대로 쪼그라든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포털 업체는 네이버와 다음 외에 라이코스, 야후 등 다수가 난립해 있었다. 다음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 주가는 기대가 충만할 때에는 다음이 전체 포털 시장을 지배할거란 가정 하에 올라갔다가 기대가 꺾인 후에는 경쟁에 져 사라질 것처럼 하락한 후 제자리를 잡았다.
바이오도 이런 과정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바이오가 산업으로 자리 잡고 처음 맞는 활황이 3년 전에 끝났다. 지금은 생사를 가르는 검증 과정에 들어가고 있는데 여러 기업들이 계속 문제를 일으킬 경우 검증이 더 혹독해질 수밖에 없다. 신생산업이나 기업이 살아가려면 외부의 자금 지원이 필요한데 문제가 불거질 경우 돈이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이오가 우리 경제를 끌어 갈 차세대 산업이 될 거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장 산업이 유치단계에 있을 때 정부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건 과거에 자주 있었던 일이다. 이 둘이 결합할 경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