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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중국 관광객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정부 차원에서 장려했던 관광호텔 건립 계획이 속속 철회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이 ‘한한령’을 내리면서 한풀 꺾인 관광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화웨이 사태’ 등 국제 정세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숙박시설보다 상업시설이나 오피스텔을 짓는게 낫다면서 방향을 선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관광경기 회복됐지만…호텔 매력 줄어들어
지난 2012년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관광호텔에 대해 용적률 등 건축 규제를 완화해 주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2016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했다. 그러나 사드 사태 이후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이때 관광호텔로 승인을 받은 곳들 중 사업성이 없다고 포기를 하는 곳들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시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시 승인 권한이기는 하지만 보유자가 더 이상 관광숙박시설을 짓기 원치 않는 상황에서 장기간 (기존 용도로) 묶어 놓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라 지정용도를 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에는 손님을 받고 있던 종로구 숭인동 ‘베니키아호텔 동대문’이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베니키아호텔 동대문은 2015년 12월 지하 3층~지상 18층 238실 규모로 건립했지만 사업주가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전환하기 위해 작년 12월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기존 객실 238실이 전부 청년주택으로 전환된다. 서울 신촌, 종로, 홍대 등 관광숙박시설 예정지 다수는 지난해부터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꾸고 있다.
‘화웨이 사태’ 등 언제든 터질 뇌관 도사려
문제는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고 있어 자칫 숙박시설 부족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03만명으로 5년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관광객수도 사드 사태 이전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P호텔 관계자는 “5성급 브랜드 호텔은 고정 이용층이 있는 편이고 컨퍼런스, 웨딩 등 부대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며 “반면 3성급 중소규모 관광호텔은 저가를 추구하는 이용객을 받아야 해 경기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급부상한 에어비엔비나 게스트하우스 등 실속형 신규 숙박업소와 고객 타깃층이 겹쳐 최근 관광 경기 회복 기미에도 사업 추진 의지가 많이 꺾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두 나라간 무역 신경전에 따라 언제든지 국내 중국 관광객수가 다시 쪼그라들 수 있는 상황이다.
S호텔 관계자는 “어찌 보면 사드 사태 이후 난무하던 중소규모 관광호텔 시장이 자연스레 정리되면서 호텔로 용도를 승인받은 이들 상당수가 새 살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