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백화점선 'VR 테마파크', 안방선 '360도 극장'이 눈앞에

대형 유통 기업 참여하면서 VR테마파크 시장 다시 '주목'
빨라진 네트워크 속도로 가정용 VR 시장 열릴 것 기대
  • 등록 2018-12-10 오전 5:00:00

    수정 2018-12-10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가상현실(VR)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 필요한 유통·통신 대기업이 VR 시장에 뛰어들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VR이 LTE보다 20배 빠른 5G 시대에 가장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초고속인터넷이 한국 인터넷 산업 중흥을 이끈 분기점이 된 것처럼 5G도 VR과 AR 등의 차세대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부흥을 이끌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이서윤]
대기업 자본 들어온다..VR 성장성 기대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069960)이마트(139480), KT(030200)·CJ헬로비전(037560)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VR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 IT 자회사로 현대IT&E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VR사업에 시작했다. 지난 11월 30일에는 강남역 인근 서울 중심가에 1200평 규모 VR테마파크‘VR스테이션’을 개장했다. 단일 VR 테마파크로는 국내 최대다.

현대 IT&E가 지난달 30일 개관한 강남역 인근 ‘VR스테이션’ (현대IT&E 제공)
이마트는 VR 콘텐츠 제작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달 15~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게임 전시회 ‘지스타2018’에서 이마트는 VR을 주제로 참여했다. 행사 기간 이마트는 VR테마파크 운영사 ‘GPM’과 VR레이싱 게임을 선보였다. 이마트 캐릭터인 ‘일렉트로맨’과 ‘삐에로’가 레이싱을 하는 게임이다. VR게임을 통해 자사 캐릭터를 알리는 이벤트를 한 것이다.

VR테마파크는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롭다. 도심 속에서도 조성하기 쉽다. VR 시뮬레이터 등 체험 기기만 설치하면 된다. 이마트 역시 이런 점에서 착안했다. 매장으로 쓰던 공간 중 남는 곳을 객단가 높은 유원지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VR테마파크는 시설과 고용에 대한 투자를 집약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백화점 VR스테이션은 1200평 규모에 150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다. 같은 크기의 쇼핑몰보다 30% 이상 더 고용한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통신 대기업들도 VR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12월 1일부터 5G 무선이동통신 송출이 시작됐고 10기가 인터넷이 깔리면서 가정용 VR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집안에서도 대용량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선두주자는 국내 최대 IPTV사업자 KT다. KT는 기존 기가인터넷보다 10배 빠른 10기가인터넷망을 보급하고 있다. 빨라진 네트워크 속도에 VR콘텐츠가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다. KT는 아직 VR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의 UHD 콘텐츠도 VR기기로 같이 볼 수 있게 했다.

KT 직원이 기가라이브TV를 테스트하고 있다. (KT 제공)
지난달 5일 KT는 개인 실감형 ‘기가라이브TV(GiGA Live TV)’를 출시했다. 일종의 무선 VR기기로 KT가 제공하는 VR콘텐츠, 게임, 인기 유튜브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아이맥스 영화도 시청 가능하다. 특히 4K 프로농구 생중계를 360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KT는 5G망에 직접 접속해 VR을 보는 ‘5G VR IPTV 기술’을 선보였다. 기존 LTE보다 20배 빠른 5G망으로 VR 콘텐츠를 보는 방식이다.

케이블TV 업계 1위 CJ헬로도 가정용 VR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CJ헬로는 강원도 홍천 대명 비발디파크에 ‘헬로 VR어드벤처’를 만들었다. CJ헬로 관계자는 “가정용 VR 시장을 대비한 징검다리”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서윤]
◇VR콘텐츠 업체 영세성 못벗어나


VR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VR 콘텐츠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VR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반까지 VR 콘텐츠 업계는 겨울이었다”며 “상당수 기업들이 전업하거나 VR 사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국VRAR협회 관계자는 “아직 VR 콘텐츠 시장은 열리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다”며 “대부분은 정부 과제 등에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등 IP 파워가 있는 게임 업체들이 나서 VR 콘텐츠에 투자를 하면 시장이 더 넓어질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다만 5G 시대 VR 기기가 싸지면 VR 시장도 급속히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1990년대 후반 초고속인터넷의 보급과 PC의 가격 인하가 인터넷 비즈니스의 부흥을 이끈 게 대표적인 예다.

IT전문 시장 전문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세계 VR 시장(AR 포함)은 2017년 141억달러 정도였다. 5G 시대인 2022년이면 2092억달러로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됐다. 5년 사이 15배 점프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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