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이 지난 지난해 여름, A씨는 그 때 그 공무원에게 또 다시 전화를 받았다. 보상이 어떻게 마무리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내용이었다. A씨는 당시 공무원의 요구(?)대로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하고 있다’고 답했다. 당연히 그 공무원이 흡족해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반응은 예상을 빗나갔고 A씨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수화기를 건너온 음성은 이랬다. “아니, 정권이 바뀌었는데 해결책이 같으면 어쩌란 말입니까?”
얼마 전 만난 A씨와 대화를 나누던 중 우연히 듣게 된 이 에피소드는 정권 초기면 항상 나오는 ‘영혼없는 공무원’의 대표적 사례다. 이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책 방향을 바꾸는 공무원 사회를 비꼬는 말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병폐로 꼽힌다.
다만 분명한 건 정권이 바뀌고 금융당국의 대응 방식이 달라진 대표적 사례라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2016년 말 한 차례 논쟁이 붙었던 이슈로 당시 금융감독원은 공인회계사회 감리 결과를 받아들여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박근혜정부가 촛불정국으로 약화되고 참여연대와 야당의 반발이 거세자 금감원은 지난해 2월 특별감리에 착수, 1년여만에 회계처리위반 혐의가 있다는 재결론을 내렸다.
이를 두고 같은 관료조직인 기획재정부의 장관까지 시장에 혼선을 줬다고 금감원을 비판했을 정도다. ‘영혼 없는 공무원’은 막스 베버가 관료조직을 비판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관료의 신분보장과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공무원이 소신껏 일할 수 있어야 국민이 편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막스가 지적한 ‘영혼없는 공무원’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