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제를 어찌할꼬…'20세기 최고 발명품' GDP의 고민

GDP, 디지털경제 미반영…P2P 거래 누락
한은, 기준연도 개편과 함께 디지털경제 반영도 제고
  • 등록 2017-05-30 오전 5:23:38

    수정 2017-05-30 오전 5:23:38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구글 번역기는 각국의 언어를 원하는 언어로 번역해준다.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아랍어 힌디어 등 100여개 언어를 우리말로 읽을 수 있다.

이를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은 0원. 예전 같으면 번역가를 고용해야 했지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경제적 가치를 따질 만하지만 실질적으로 돈은 오가지 않는다. 국내총생산(GDP) 통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자신의 집을 일정 기간 남에게 빌려주는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는 민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집 한 칸 내주고 며칠 이용요금을 받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규모가 온라인이라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플랫폼을 통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문제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에 등록된 업체만 GDP 통계에 잡힌다는 점이다. 미등록 숙소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GDP 통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경제, 제대로 포착 못하는 GDP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일컬어지는 GDP가 시대에 뒤처진다는 비판과 직면했다.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이 지표가 디지털 경제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사진=픽사베이
GDP는 1930년 대공황을 계기로 태어났다. 당시만 해도 경제 통계라고 할 만한 게 주가, 철도 운송량, 철강 생산량 등에 불과했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판단할 만한 지표가 없어 거시경제 흐름을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937년 태어난 GDP 통계는 이후 갖가지 경제 부침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제상황 판단이 편리해지면서 정책 대응에 실기하는 사례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GDP도 그 한계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디지털 경제가 확대되면서 GDP가 미처 포착하지 못하는 분야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이 점차 진보하며 산업구조 변화가 빨라지는데도 GDP에 경제성과나 기술, 디지털 경제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정보를 찾으려면 백과사전 등을 사서 찾아봐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위키피디아에서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백과사전을 사면 GDP 통계에 잡히지만 위키피디아의 경우 돈이 오가지 않고, GDP 통계에는 변화가 없다. 과거 요리를 배우려면 학원에 가야 했지만 이제 유튜브 등 동영상에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이 역시 GDP에 잡히지 않지만, 소비자 효용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자료=한국은행
특히 주목할 만한 건 공유경제다. 차량을 공유하는 카풀(car-pool) 서비스는 외환위기 때도 유행했다. 지금 나오는 카풀 앱은 그때와 규모 자체가 달라졌다. 알음알음 차량을 함께 타던 것과 달리, 온라인 플랫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공유서비스도 비슷하다. 한은은 GDP 통계에 포착되지 않은 숙박 공유서비스를 연간 명목 GDP의 0.005% 안팎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GDP는 1637조원으로 미처 반영하지 못한 숙박공유서비스는 819억원가량인 셈이다. 개인간(P2P) 거래여서 집계가 쉽지 않지만, 이들 서비스의 성장세가 가팔라지는 만큼 GDP에 반영할 필요도 커지고 있다.

한은, 2019년 디지털·공유경제 반영한 GDP 발표

GDP를 산출하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한은이 지난해 말 신설한 국민계정연구반에서 디지털·공유경제를 GDP에 반영하는 업무를 추진하고, 이를 29일 알린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지금 GDP 통계의 경우 구글·유튜브 등은 광고수익으로, 숙박 공유서비스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에 등록된 숙박업 통계 등으로 각각 웬만큼 반영되고 있지만 개인간 거래, 디지털 경제 등 놓치고 있는 부분을 포착하기 위해서다.

한은은 올해 3분기 디지털·공유경제 사업모델을 조사한 후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산업의 생산규모를 추정하고 새로 등장한 상품·서비스 가격 등을 조사키로 했다. 이는 2019년 3월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GDP 기준연도가 2010년에서 2015년으로 개편되는 시점이다.

다만 디지털 경제로 분류되는 구글 등의 가치를 화폐 가치로 환산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제적 기준인 SNA에 따라 편제되는 GDP 특성상 국제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현정 한은 국민계정연구반장은 “국제적으로 GDP가 디지털 경제 활동 상당수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결론”이라면서도 “통계가 놓치고 있는 개인 간 거래를 포함해 기초통계자료를 확충해 GDP 통계에 디지털·공유경제를 포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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