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부동산 투자 수요가 들끓었던 서울 강남권과 부산지역 주택시장 상황이 연말 들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끊기고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부산은 여전히 투자 수요가 몰리며 과열된 양상이다.
11·3 부동산 대책은 서울 등 수도권 일부지역 전매제한 기간 확대, 1순위 자격 및 재당첨 금지 강화 등 청약 열기를 잠재우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강남4구는 입주 시점까지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면서 분양 계약 후 평균 2년 반 동안 분양권을 팔 수 없게 됐다. 반면 부산은 서울과 마찬가지로 조정 대상 지역에 포함됐지만 전매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는 올 한해 대표적 투자 과열 시장이던 서울 강남권과 부산 해운대구의 낯빛을 가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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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일반분양에 나선 서울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 루체하임’(일원현대아파트 재건축 단지). 분양가가 3.3㎡당 평균 3730만원에다 중도금 대출보증을 받을 수 없었는데도 평균 청약경쟁률은 무려 41.5 대 1에 달했다. 청약 당첨자 발표 직후 거래시장에선 전용면적 101㎡짜리 아파트 분양권이 1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채 불법으로 거래됐다. 정부가 간접적으로 분양가를 규제하자 오히려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심리가 커진 탓이다. 앞서 지난 3월 분양한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는 지난 10월 전매 제한이 풀린 직후 형성된 웃돈이 최대 2억원에 달했다.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경우 분양가에 웃돈 1000만원 붙여 거래된 분양권도 있다. 전용 49㎡형은 11·3 대책 후인 지난달 23일 9억 900만원(15층)에 팔렸다. 최고 분양가 8억 9900만원과는 1000만원 차이다. 개포동 N공인 관계자는 “일부 다운계약서를 썼을 것으로 추정되긴 하지만 실제 웃돈이 11·3 대책 전에는 1억원(루체하임), 1억 5000만원(블레스티지) 이상 가던 게 지금은 50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며 “이마저도 당분간 더 내릴 것으로 보여 실수요자한테는 지금 매입을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 수요 부산으로… 분양시장 여전히 ‘후끈’
부산은 집값도 강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3 대책 직후부터 이달 19일까지 약 7주간 부산 아파트값은 0.96%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0.22%)의 4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가장 투자 열기가 뜨거운 해운대구는 같은 기간 1.14% 올라 하락폭이 컸던 서울 강남4구(0.30% 하락)와 대조를 이뤘다.
정부는 11·3 대책을 통해 부산 해운대·연제·동래·남·수영구 등을 조정 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주택법상 지방 민간택지는 분양권 전매 제한 대상이 아니어서 이번에 전매 제한을 적용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초 정부는 주택법을 개정해 부산 등 지방도 전매 제한을 적용받도록 할 계획이지만 실제 법 개정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컨텐츠본부장은 “부산은 당분간 투자 열기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내년에 정부가 주택법을 바꿔 분양권 전매 제한을 강화할 경우 부산지역도 서울 강남권처럼 투자 수요 위축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