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립 초등학교 학비가 1000만원을 넘는 등 대학 등록금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제 전국 사립 초등학교 68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9개 학교의 학비가 연간 1000만원을 넘었다고 한다. 상위 10곳 평균이 1058만원에 달했다. 180개에 이르는 전국 4년제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 667만원보다 월등 많은 금액이다. 국공립대의 410만원에 비하면 2.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초등학교에서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기에 이처럼 거액의 학비가 드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사립 초등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립 유치원 원비도 대학 등록금 뺨칠 정도로 비싸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유아 대상 전국 영어유치원의 월 평균 수강료는 57만원으로, 1년 원비가 684만원이다. 역시 대학 등록금 평균을 웃돈다. 6~7세 대상 종일반의 경우 월 203만원, 연간으로 2436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이처럼 연간 1000만원 원비가 넘는 사립 유치원이 전국적으로 20개 안팎에 이른다.
부자를 위한 ‘귀족학교’가 늘어나게 되면 기회 균등의 공교육 정신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공교육 기능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다. 취약계층이나 저소득 가정 자녀에 있어서는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렇게 교육 격차가 심화될 경우 사회적 갈등의 뿌리가 되고, 장기적으로는 계층 상승의 기회를 박탈해 부의 세습화를 고착시키는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회 구조적으로 소득 양극화가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발전한 배경에는 교육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그 바탕에는 누구나 값싸고 질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는 보편적 공교육 정신이 깔려 있다. 공교육이 붕괴되면 희망의 사다리가 무너지는 셈이다. 대학의 ‘반값 등록금’ 문제에만 관심을 쏟을 일이 아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때부터 굳이 비싼 사립학교를 찾지 않아도 되도록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정상적인 사립학교 학비의 책정체계도 함께 따져봐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