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차분해졌다. 추석을 앞둔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몰 등 유통사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고가 프리미엄 세트를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 가성비가 높은 실속세트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만원이 훌쩍 넘는 한우·굴비 등에 집중하던 직전 명절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 명절 선물문화에 거품이 지나치다는 지적은 반복돼 왔다. 선물 가격으로 체면을 세우려는 오랜 관습탓이다. 비즈니스 상 중요한 손님일 수록 비싼 선물을 하는 것이 ‘좋은 매너’로 통했다. 쌀수록 잘 팔린다는 경제학의 기본 법칙은 선물 시장에선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영란법을 앞둔 올해 명절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5만원에 맞추다보니 포장보다 내실에 더 신경쓴다. 불필요하게 큰 선물보다 3마리 씩 포장한 굴비 등 ‘소포장’도 증가했다. 비싼 참조기가 아닌 민어로 굴비를 만든 ‘민어 굴비세트’도 인기다.
이미 변화는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5만원’이란 액수가 아니다. 허례허식을 걷어낸 선물 주고받기 문화가 정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