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감염 여부를 묻는 이항대립의 사회

  • 등록 2016-07-29 오전 3:01:01

    수정 2016-07-29 오전 3:01:01

[김성수 문화평론가] 지금 인터넷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검사장 비리 때문도 아니고 권력 실세로 호가호위를 일삼았다는 민정수석 때문도 아니다. ‘메갈리안’이라고 부르는 극단주의 페미니스트를 놓고 벌어지는 전쟁이다.

전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만연한 여성혐오에 성별을 바꿔 반박하는 ‘미러링’ 기법으로 맞서는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이 있었다. ‘김치녀’에 맞서 ‘김치남’ 드립을, ‘창녀’드립에는 ‘창남’ 드립을 하는 이들은 주로 디씨인사이드란 사이트의 메르스갤러리에서 활동하기에 메갈리안이라 불린다.

그런데 페이스북이란 SNS 공간에서 이들이 활동하는 페이지가 거듭해서 계정 삭제를 당한 것이었다. “김치년을 이렇게 때려 죽이고 싶다”는 영상과 각종 인신공격을 자행하는 게시물들을 활발하게 게시하던 팔로워수 18만의 ‘김치녀’페이지와 유사 페이지들은 수많은 삭제 신고에도 절대 삭제되지 않았는데 왜 메갈리안만 삭제당할까.

그녀들은 거대 공룡 외국기업 페이스북과 맞짱 뜨기로 하고 소송을 준비한다. 희한하게도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메갈리안4 계정은 수많은 신고에도 삭제를 당하지 않게 되고 뭔가를 느낀 그녀들은 소셜펀드를 활용해 소송기금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 기금을 후원해준 사람들에게는 ‘여성들은 왕자가 필요없어’(Girls do not need a prince)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가 배송해 주기로 약속하고 뚜껑을 열었는데 무려 4103명이 몰려들어 1억 3400만원의 기금을 조성한다. 925만원의 목표금액 대비 1448% 를 달성하는 기록적인 순간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이 티셔츠를 입거나 입고서 인증샷을 찍은 여성들에게 폭력이 자행되기 시작한다. 특히 게임업체 넥슨에서 만든 신작 게임에 성우로 참여한 김자연씨는 이 티셔츠를 입은 인증샷을 찍었다는 이유로 메갈리안이라 낙인찍히며 그녀 목소리가 들어간 게임은 불매하겠다는 댓글폭탄들이 쏟아졌다. 결국 계약 해지라는 사태를 맞게 됐다. 이 문제를 비판한 웹툰 작가들은 엄청난 악플에 시달리게 되었고 악플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일부 웹툰 작가들은 결국 활동 중지라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심지어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논평을 내자 정의당 안팎에서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을 옹호하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지며 ‘논평 철회’라는 사상 초유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다. 영화 부산행에서 여성 캐릭터가 부정적으로 그려졌다는 리뷰에 달린 메갈 커밍아웃이란 악플들에 이르면 소통이 불가능한 좀비들을 만난 것 같은 허탈함마저 느끼게 된다.

메갈은 분명 극단이며 폭력 콘텐츠도 정제하지 못하는 문제적인 집단이다. 하지만 그들이 부산행 KTX를 점령한 좀비 감염자들인가. 그들이 자행한 폭력에 범법행위가 있다면 마땅히 정도와 질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이다. 그들을 막겠다고 또다른 폭력을 자행하는 것이 정의인가.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저마다 자의적으로 만든 메갈탐지 리트머스를 들이대며 그녀들을 욕해야만 살려주겠다는 식의 집단적 행동은 영화 ‘부산행’에서 김의성이 외치던 대사 아닌가. “저들은 감염됐어! 격리시켜야 돼! 감염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봐!” 이렇게 몰아쳐 남의 직장을 빼앗고 일거리를 빼앗고 참회란 이름의 굴복을 해야만 교정되었다고 믿는 그 확신은 극단을 배격한다며 또다른 극단이 되는 것은 아닌가?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메갈이냐 아니냐는 질문은 종북이냐 아니냐와 기호학적 구조가 동일한 양자 택일임에도 적과 동지의 이분법을 신봉하는 자들에 의해 지독히도 살아남아 한국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 그것이 물론 대한민국 현주소이니 책임은 그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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