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만연한 여성혐오에 성별을 바꿔 반박하는 ‘미러링’ 기법으로 맞서는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이 있었다. ‘김치녀’에 맞서 ‘김치남’ 드립을, ‘창녀’드립에는 ‘창남’ 드립을 하는 이들은 주로 디씨인사이드란 사이트의 메르스갤러리에서 활동하기에 메갈리안이라 불린다.
그런데 페이스북이란 SNS 공간에서 이들이 활동하는 페이지가 거듭해서 계정 삭제를 당한 것이었다. “김치년을 이렇게 때려 죽이고 싶다”는 영상과 각종 인신공격을 자행하는 게시물들을 활발하게 게시하던 팔로워수 18만의 ‘김치녀’페이지와 유사 페이지들은 수많은 삭제 신고에도 절대 삭제되지 않았는데 왜 메갈리안만 삭제당할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이 티셔츠를 입거나 입고서 인증샷을 찍은 여성들에게 폭력이 자행되기 시작한다. 특히 게임업체 넥슨에서 만든 신작 게임에 성우로 참여한 김자연씨는 이 티셔츠를 입은 인증샷을 찍었다는 이유로 메갈리안이라 낙인찍히며 그녀 목소리가 들어간 게임은 불매하겠다는 댓글폭탄들이 쏟아졌다. 결국 계약 해지라는 사태를 맞게 됐다. 이 문제를 비판한 웹툰 작가들은 엄청난 악플에 시달리게 되었고 악플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일부 웹툰 작가들은 결국 활동 중지라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심지어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논평을 내자 정의당 안팎에서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을 옹호하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지며 ‘논평 철회’라는 사상 초유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다. 영화 부산행에서 여성 캐릭터가 부정적으로 그려졌다는 리뷰에 달린 메갈 커밍아웃이란 악플들에 이르면 소통이 불가능한 좀비들을 만난 것 같은 허탈함마저 느끼게 된다.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메갈이냐 아니냐는 질문은 종북이냐 아니냐와 기호학적 구조가 동일한 양자 택일임에도 적과 동지의 이분법을 신봉하는 자들에 의해 지독히도 살아남아 한국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 그것이 물론 대한민국 현주소이니 책임은 그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