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화장품 회사의 10년차 연구원 B씨는 최근 헤드헌터로부터 중국 취업 제안을 받았다. 2억원 가까운 연봉에 주택, 차량, 아이들 국제학교 교육비까지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B씨는 “지금 회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해도 받지 못할 대우”라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자본과 국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한국의 우수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진 인재라면 파격적인 조건 제시를 마다하지 않는다.
중국업체들의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한국 산업의 마지막 보루인 반도체, 한류(韓流)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 방송·화장품 등이다.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국내 산업계는 동종 업계 이직 제한 규정 등을 두고 있지만 계열사 취업 등 우회하는 방법이 많아 한계가 명확하다. 불안한 국내 고용 사정 역시 연봉의 2~3배와 고용 보장을 내건 중국업체들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위축이 계속된다면 중국 인력 유출은 가시화될 것”이라면서 “정부, 대학,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전문 인력을 키우고 이를 지켜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인력의 해외 유출은 언제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1990년대 후반 IMF 당시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하는 빅딜 과정에서 구조조정된 반도체 연구원들은 대만으로 건너가 대만 반도체 산업 도약의 계기가 됐다. 반도체 공급과잉으로 인한 치킨게임의 시작이었다. 또한 대우그룹 출신의 자동차.전자.건설기계 기술인들도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산업을 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업계 관계자는 “몇 안되는 국내 기반산업의 인력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결국 머지 않은 미래에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면서 “기업은 인재 우선주의를 확산하고 정부은 인력 유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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