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철을 맞아 축하인사를 전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월급쟁이의 꽃인 ‘임원’이 된 분들보다 조용히 책상을 치우고 홀연히 사라져버린 지인들의 안부가 걱정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자영업자의 침몰이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게 냉혹한 현실이다.
1998년 외환위기 시절이 자꾸 떠오른다. 연공서열식 문화에서 고참이 먼저 자리를 떠나던 그 시절.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2015년 명예퇴직에도 ‘자비’는 없다.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촉발된 ‘20대 명퇴시대’가 요즘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다. 오죽했으면 송년모임에 온 박용만 두산 회장이 “하루 전 1시간도 자지 못했다”고 고백했을까. 박 회장이 신입사원 명퇴에 대해서는 없던 일로 했다고 하지만 30대 대리, 과장의 명퇴까지 취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부회장이 전용기를 팔면서 솔선수범하고 판매관리비 절감에 적극적으로 나서니 ‘분위기’가 그쪽으로 잡히고 있는 셈이다. 원망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 중에는 “이 부회장이 오버한다”고 볼멘 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물산 통합으로 지배구조 개편의 초석을 다진 이 부회장이 ‘JY WAY’로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룹 원로들에게 모양을 갖춰 퇴로로 만들어주고 ‘차세대 주자’를 발탁한 것도 이달에 단행한 인사의 특징이다. 서운한 사람이 생기니 뒷말이 어찌 없으랴.
이 부회장이 총대를 멘 선제적 구조조정은 효과를 볼 것이다. 삼성페이·반도체 투자 등 IT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새 먹거리로 BT(바이오기술) 사업을 강화한 구조개편은 글로벌 트렌드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 가벼운 몸집은 앞으로 삼성의 강점이 될 것이다. 재계의 다른 기업들도 흐름에 동참하고 있어 대기업 부문의 턴어라운드는 어떤 식으로든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내수 기반이 무너지고 빈부격차가 더 커지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이 그 해법을 찾는 노력에 올인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