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성과 또 행정처분?..비운의 SK케미칼

식약처 국가출하승인서 15만도즈 부적합..'함량미달'
식약처, 행정처분 검토 중..SK케미칼 "원인 파악 중"
발기부전 신약 '엠빅스'·'엠빅스S' 광고 위반으로 행정처분
  • 등록 2015-10-27 오전 5:00:00

    수정 2015-10-27 오전 9:17:54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SK케미칼이 야심차게 내놓은 세포배양 독감백신 일부 분량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 ‘엠빅스S’ 등에 이어 오랜 연구개발(R&D) 성과가 시장 진입 초반에 처분을 받는 불운이 반복될 조짐이다.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SK케미칼(006120)의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프리필드시린지’의 일부 제품이 최근 식약처의 국가출하승인 검사 결과 함량부족 판정을 받고 유통이 허용되지 않았다.

백신, 혈액제제 등과 같은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제품은 식약처가 제조단위(로트)별로 유통 전 품질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국가출하승인을 통과해야 판매가 가능하다.

SK케미칼의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SK케미칼의 독감백신은 지난 6월부터 총 26번의 국가출하승인을 통과하며 370만도즈를 유통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생산한 독감백신 약 15만도즈(약 15만명분)는 주요 성분 일부에서 함량이 미달된 것으로 확인돼 판매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스카이셀플루는 3개의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3가백신인데, 1개 성분이 기준(12㎍ 이상)에 조금 미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체에 유해하거나 약효가 없는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의 독감백신은 국내 최초,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한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이라는 점에서 발매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세포배양 백신은 유정란이 아닌 동물 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백신을 생산한다. 세포배양 백신은 단기간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외부 오염에도 안전해 긴급 상황을 대비한 차세대 백신으로 평가받는다.

SK케미칼은 2012년 경북 안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백신 공장 L하우스를 완공했다. 백신 사업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R&D)에만 약 4000억원을 투자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말 스카이셀플루의 허가를 받고 올해 독감백신 접종 시즌에 맞춰 첫 판매를 시작했지만 일부 제품의 품질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체면을 구겼다.

식약처는 SK케미칼의 독감백신에 대해 행정처분 검토에 나섰다. 국가출하승인의 벽을 못 넘었을 경우 시중에 판매되지 않았더라도 품질관리 미흡으로 처분받을 수 있다. 같은 사유로 일양약품(007570)은 지난해 독감백신 제조업무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았다.

SK케미칼 관계자는 “기존 공급분은 식약처 승인을 받아 정상적으로 출하됐고 추가 생산한 여유분 1개 로트가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현재 문제의 원인을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스카이플루의 행정처분이 확정되면 SK케미칼 입장에선 공들인 R&D 성과가 규정 위반으로 처분을 받는 불운이 또 다시 반복되는 셈이 된다.

SK케미칼은 지난 2012년 국내 최초의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S’가 발매와 동시에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SK케미칼이 엠빅스S의 홍보 모델로 방송인 이파니를 위촉한 것을 두고 식약처는 ‘전문의약품 대중 광고 금지’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SK케미칼이 연예인을 발기부전치료제의 홍보모델로 기용한 것은 언론 노출을 통해 일반인에게 엠빅스S를 알리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판매금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엠빅스S는 시판 후 조사 건수가 많다는 이유로 판매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알약 형태의 ‘엠빅스’는 지난 2009년 일간지에 광고성 기사를 게재하다 적발돼 판매금지 6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SK케미칼 입장에서는 행정처분을 받더라도 타격이 미미하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다. 엠빅스는 광고 규정 위반으로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과징금으로 대체했다. 엠빅스S의 판매금지 처분도 도매나 약국으로의 공급만 중단됐기 때문에 매출 타격은 크지 않았다.

이번에 독감백신의 제조업무정지 처분이 확정되더라도 이미 내년 초까지 접종할 분량은 모두 생산·유통했기 때문에 부적합 제품 폐기 이외에 처분에 따른 손실은 없을 전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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