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상시 사업구조 재편 체제.. 속내는 후계승계

순환출자·일감몰아주기·상속세 등 경영권 승계 해결과제
삼성·현대차 후계승계 준비 가속.. 지주사 설립여부 주목
  • 등록 2015-09-09 오전 1:39:41

    수정 2015-09-09 오전 8:03:41

[이데일리 이진철 이재호 기자] 국내 주요 그룹들이 국내외 경기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선제적인 사업구조 개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계열사 합병과 분할, 비상장사 기업공개(IPO), 보유지분 매각 등을 통해 오너 2·3세들이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면서 후계승계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핵심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던 대기업 오너 2·3세들은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부모세대와 달리 2·3세들은 최근 경제민주화 분위기로 인해 경영권을 원활하게 물려받기 위해서는 순환출자 해소, 일감몰아주기, 상속세 납부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지난 1일 새롭게 출범한 삼성물산의 지분 16.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사 위상을 갖고 있다. 삼성그룹은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되면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분쟁과정에서 치러진 삼성물산 합병 주총에서 기관·개인 주주 대부분은 ‘포스트 이재용 체제’를 인정하고 삼성측의 손을 들어줬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그룹이 2단계 지배구조 개편작업으로 수직계열화 작업을 추진할 지 여부에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과 추가 계열사 합병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삼성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기아차(지분 1.74%), 현대글로비스(23.29%), 현대엔지니어링(11.72%)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룹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핵심 계열사 지분은 여전히 부족하다. 정 부회장은 올해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 8.59%를 블록딜로 매각하고, 8월에는 광고계열사 이노션 상장을 통해 약 1조2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작년 4월 건설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자동차부품 계열사 현대위아(011210)가 현대위스코·현대메티아를 흡수합병했다. 올 7월에는 철강 계열사 현대제철(004020)이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했다.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의 보유지분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하거나 현대건설과 합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012330)를 분할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SK그룹은 지난 8월1일 지주회사격인 SK㈜와 SK C&C가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정상화하면서 최태원 회장의 지배체제를 강화했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8년여 만이다.

그동안 SK그룹은 SK C&C가 지주회사인 SK㈜를 지배하는 ‘옥상옥’의 불완전한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최태원 회장→SK C&C→SK㈜→사업자회사’로 이어졌던 복잡한 지배구조가 ‘최태원 회장→ SK㈜→ 사업자회사’로 단순화됐다.

한진그룹은 지난 6월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정석기업 투자부문 합병을 완료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합병으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가 한진칼을 지배하고, 한진칼이 정석기업·대한항공·㈜한진을 지배하는 수직 구조로 바뀌게 됐다. ㈜한진은 지난해 12월 한진칼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지난 7월에는 대한항공 지분 7.95%를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9.59% 수준이며, 정석인하학원과 정석물류학술재단 등의 지분까지 합치면 35%에 육박해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물의를 일으킨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밝힌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 상장과 416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의 해소방안도 관심을 끌고 있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핵심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합병과 분할 등의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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