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청약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경쟁률이 수십대 1에 달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청약 접수자가 많지 않아 미달 사태를 빚는 단지도 적지 않다. SK건설이 최근 부산 대연동에서 분양한 ‘대연 SK뷰 힐스’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사진=SK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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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달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A31 블록에서 분양한 ‘사랑으로 부영’ 아파트는 모델하우스 개관 전부터 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총 11만 6000여 가구가 입주하는 동탄2신도시에 들어서는데다 최근 국내 주택시장의 뜨거운 열기로 봤을 때 높은 청약 경쟁률이 예상됐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지난달 21일부터 진행한 청약 접수 결과 전용면적 84㎡A 주택형(2.94대 1)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주택형이 모두 미달된 것이다. 특히 중대형인 전용 147㎡는 54가구 모집에 단 4명만 청약했다. 인근 동탄 그린공인 관계자는 “동탄 신도시 내 청약이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선택이 까다로워졌다”며 “택지 위치나 웃돈(프리미엄) 상승 가능성이 적어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에 아파트 분양 열풍이 불고 있지만, 서울과 광역시 등 일부 지역에만 청약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달 사태를 빚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과 기준금리 인하가 만든 시장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빚어낸 결과다.
| △ 7월 전국 분양단지(73개) 청약자 현황 [자료=금융결제원·아파트 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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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데일리가 지난달 전국에서 청약을 진행한 민간·공공분양 아파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73개 단지 가운데 23곳(31%)이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전체 분양 단지 3곳 중 1곳에서 미달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또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한 단지는 26곳(36%), 2순위 마감 단지는 24곳(33%)으로 집계됐다.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몰린 부산 지역은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넘어섰다. SK건설이 부산 남구 대연동에 분양한 ‘부산 대연 SK 뷰 힐스’는 481가구(일반공급) 모집에 1순위에서만 14만 4458개의 청약통장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300.33대 1을 기록했다. 롯데건설이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공급한 ‘부산 연제 롯데캐슬 앤 데시앙’은 256대 1, 부산 남구 대연동에 들어서는 ‘부산 대연 파크 푸르지오’도 111.45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경기도 수원·화성·충청 지역 등에 선보인 23개 단지는 주택형별 청약자 수가 분양 물량을 밑돌았다. 1~2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1대 1을 못넘긴 곳도 전체 미달 단지의 43%(10곳)를 차지했다. 예컨대 충청 지역에 분양한 13개 단지 가운데선 청주와 세종시를 제외한 7곳(54%)이 순위 내 청약자를 찾지 못했다.
분양 홍보를 하지 않고 일부러 미분양을 낸 후 청약통장 없이 선착순 분양을 유도하는 ‘깜깜이 분양’으로 가닥을 잡은 아파트도 등장했다. SK건설이 지난달 인천 서구 당하동에 분양한 ‘검단 SK 뷰’ 아파트는 53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7명만 신청해 최종 경쟁률이 0.03대 1에 불과했다. 인근 부동산뱅크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 깜깜이 분양 직후 바로 선착순 분양에 들어가 계약이 진행 중”이라며 “미분양이 예상돼 처음부터 청약통장 없이 집을 살 수 있게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 △ 5~6월 서울(수도권)·지방 미분양 주택 증감 현황[자료=국토교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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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한 달 전보다 5926가구 증가한 3만 4068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올해 4월(2만 8093가구)과 비교해 두 달 새 21.3%(5975가구)나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만 6094가구로 전월(1만 4432가구) 대비 11%(1662가구) 증가한 반면 지방은 1만 7974가구로 한 달 전(1만 3710가구)보다 무려 31%(4264가구) 늘었다.
이달에도 8월 물량으로는 지난 10년래 최대치인 총 5만 9744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어 미달 단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달아오른 분양시장 열기를 틈타 건설사들이 아파트 물량을 막무가내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자문부 팀장은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과 아파트 분양가 인상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청약 미달 단지가 늘고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 이후 주택 수요 심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청약 미달 단지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