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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면목동 봉제공장이 밀집한 한 상가건물 3층에서 만난 이도영(55) SL패션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이야기를 꺼내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36년째 의류 봉제업을 해온 이 대표는 현재 유명 의류업체의 2차 하도급업체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가공한 옷감은 1차 하도급업체로 옮겨져 원청사의 상표가 붙는다. 이렇게 완성된 옷은 백화점 등에서 고가에 판매된다.
이 대표는 “매년 5~7%씩 최저임금이 인상돼 직원들 임금도 그만큼 올려주고 있지만, 임금 인상분만큼의 단가를 올려주는 원청사는 한 곳도 없다”며 “제값을 받고 일감을 받을 수 있다면 최저임금 이상의 충분한 노동의 대가를 줄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곳의 근로자는 하루 9시간 30분씩 일하며 월 150만원 정도를 받는다. 여기에 사업주가 부담하는 4대보험료와 보이지 않게 적립해야하는 퇴직금 등까지 더하면 근로자 1명당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1인당 170만원 정도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3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429곳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의 55.3%가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감원하겠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2015년 최저임금액 대비 동결’로 제시했다.
근로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절실함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함께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이현남(39)씨는 9월 출산을 앞두고 있지만, 요즘도 출근해 일을 한다. 두 사람이 함께 버는 돈은 230만원 남짓이다. 현재 최저임금 시급은 5580원. 월 116만원이다. 맞벌이지만 대출받은 전세자금 이자를 갚고 각종 세금에 병원비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 이씨는 “그래도 우리는 형편이 조금 나은 편”이라며 “고등학생 자녀를 둔 동료는 아이 등록금을 댈 능력이 없어 아이를 대학에 보내지 못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적정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내수가 살아날 수 없어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기업의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아 고심 중이다.
한편 내년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8번째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 논의를 이어간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는 최종시한인 이날까지 최저임금안을 의결해야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 시급과 월급을 병기하는 방안을 두고 노사가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한 노사간 입장 차가 워낙 커 내달 초에나 최저임금안 확정이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