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벤처, 내수침체 탈출구는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업체

현지법인 설립 한계…온라인 쇼핑몰 통한 수출 각광
입점 후 마케팅·홍보 등 지속관리 필요
  • 등록 2015-03-24 오전 3:00:00

    수정 2015-03-24 오전 3:00:00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국내 중소·벤처업계가 아마존, 타오바오 등 해외 온라인 쇼핑몰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극심한 내수 부진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매달 조사하는 경기전망에서 ‘내수부진’은 34개월 연속으로 첫손에 꼽히고 있는경영애로사항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 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해외 수출 환경이 좋아졌다”며 “현지법인 설립 등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기업계가 온라인 쇼핑몰을 활용한 해외시장 진출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 인프라 부족한 중기에 최적

‘비타프레시 샤워필터’를 생산하는 유비에스아이엔씨는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서 별 평점 ‘4.3(5점 만점)’을 기록 중이다. 아마존을 찾는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유비에스아이엔씨는 지난해 9월부터 판매수량이 급증해 현재 월평균 1000여개의 제품을 판매해 2400만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중이다. 이 회사는 아마존을 통한 매출 외에도 B2B 사업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마존에서의 높은 평점이 B2B 영업을 하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박스 전문기업 피타소프트도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시행하는 이베이의 온라인 판매대행 사업을 통해 6만달러 이상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스마트펜 ‘N2’를 생산하는 벤처기업 네오랩 컨버전스는 이달 말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입점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네오랩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현지에서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을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인 ‘킥 스타터’에서 35만 달러의 자금 유치에 성공하면서 해외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봤다”며 “아마존 입점을 통해 해외 매출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비에스 아이엔씨의 비타프레시 샤워필터의 아마존 홈페이지 리스팅 화면. 제품 평점이 별 4.5개로 최상위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 정부·관련단체, 중기 해외진출 발벗고 나서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지난해부터 실시한 온라인 수출지원 사업을 올해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아마존, 타오바오, 라쿠텐 등 세계적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세계 각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제품 등록, 홍보, 배송 및 고객 서비스 등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지원해주는 사업.

올해는 기존 쇼핑몰 외에 ‘T몰’(알리바바 운영 쇼핑몰), 11번가 등 지원 채널을 확대하고 미국의 그루폰이나 중국의 메이투안왕 등을 활용, 온라인 공동구매(복수의 소매업자가 공동구매하는 방식)도 추진할 예정이다.

조진선 중진공 마케팅사업처 팀장은 “이를 통해 지난해(1000개)보다 규모를 확대해 내년 4월까지 1500개 중소·벤처기업의 제품을 해외 유수의 온라인 쇼핑몰 판매를 지원한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T몰 내 한국상품 판매 1위 입점 쇼핑몰 ‘한국가’도 국내 중소기업제품의 중국 직구 확대를 위해 중기중앙회와 손을 잡았다. 권준희 한국가 본부장은 “한국가에 입점 또는 입점대기 중인 브랜드는 400여 곳”이라며 “중기중앙회와 협약을 맺은 이후 입점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달 말까지 입점 브랜드가 500곳을 넘고 5월 중에 시행할 국내 종합 인터넷쇼핑몰과 연동이 이뤄질 경우 직·간접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박스 제조업체 피타소프트 직원이 이베이 홈페이지에 등재된 제품 판매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김정욱 기자 98luke@.


◇마케팅·홍보 등 지속관리 위한 방안 마련

아마존, 타오바오처럼 해외 대형 온라인쇼핑몰 입점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칫솔 건조기를 판매하는 A사는 지난해 타오바오에 입점했지만 월 매출이 10만원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A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타오바오에 입점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타오바오 입점을 철회하고 미국, 일본 등 기존 수출 시장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이현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타오바오같은 대형 쇼핑몰 입점만으로 일정 매출이 보장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 마케팅은 활성화되지 않았고 전문가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판매채널별 특징을 아는 전문가와 각 채널이 제공하는 홍보 도구의 특성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각 쇼핑몰별 애로사항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베이의 경우 초기에는 제품 등록의 한도(월 500달러 이내 10개 상품만 등록 가능)가 있다. 아마존도 초기 등록할 수 있는 제품 수를 제한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위한 계정 획득을 위해서는 현지법인을 설립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현지법인이 있어야 하는 조건은 라쿠텐도 마찬가지다. 타오바오는 짝퉁 제품이 많은 현실을 고려해 상표권 획득에 대한 대책을 필요하다. T몰의 경우 입점을 위해서는 중국 법인, 브랜드 라이선스 등이 필요하고 보증금, 연회비 등의 사용료 지출이 크다.

중기·벤처업계는 전자상거래 확산에 따라 관련 전문가 채용을 계획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류, 전자상거래 등 관련 종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구직자들도 중소·벤처업계에 지원을 꺼리고 있어 관련 인력 유치가 어렵다”고 전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자체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면 정부나 관련 단체, 인터넷쇼핑몰 전문 지원업체 등이 지원하는 사업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진출지원까지 연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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