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불황탈출' 남유럽의 한국차 탐방기

도로 위 체감점유율 0.1%.. 브랜드 위상도 낮아
시장 회복 무드 속 현대·기아차 유럽시장 총력전
  • 등록 2015-03-21 오전 1:00:00

    수정 2015-03-23 오후 3:54:44

[알가르브(포르투갈)=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지난달 말 남유럽 지역인 포르투갈에 출장 갈 기회가 있었다. 우연히 지난해 늦은 여름휴가 땐 역시 남유럽인 이탈리아를 갔다.

자동차 담당으로서 출장이든 여행이든 길을 오가며 자동차를 유심히 본다. 특히 유럽은 수십 현지 자동차 브랜드에 미국·일본·한국 브랜드까지 혼재했다. 전시장에서나 볼 법한 ‘클래식 카’도 대수롭지 않게 보인다. 관광지 못잖게 눈이 호강한다.

‘도로 위 한국차 점유율’은 어떻게 될지도 가늠해본다. 수치상 접하는 판매량과 실지 체감은 다르다. 수입차 점유율이 20%를 넘보는 국내에서도 도로 위 점유율은 아직 6%대다. 서울 청담, 부산 해운대에는 흔한 수입차도 시골에 가면 좀처럼 없다.

남유럽 한국차 체감점유율 ’0.1%‘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남유럽 도로 위에서의 한국 자동차(현대·기아·쌍용) 점유율은 지금껏 가본 곳 중 가장 적은 축이었다. 굳이 수치화하자면 0.1%, 1000대 중 1대꼴이었다.

포르투갈 남부 알가르브 지역 한 도로에서 기아 경차 피칸토(국내명 모닝)이 달리고 있다. 김형욱 기자
포르투갈 남부 알가르브 지역에 주차된 소형차 현대 i20. 김형욱 기자
현대 i20 실내 모습. 유럽은 수동변속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김형욱 기자
북미는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진출 역사가 벌써 30년 째고 최근 (판매)점유율은 9% 전후다. 15년 넘게 점유율 10%를 지켜 온 중국은 한국차가 흔하다. 특히 베이징은 택시가 ‘현대’다.

프랑스·독일 같은 서유럽만 해도 100대 중 한 대꼴로 현대 i10이나 i20 같은 유럽 전용모델이다.

남유럽은 달랐다. 도로 위만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이탈리아·포르투갈 모두 한국차가 드물었다. 간간이 경·소형차인 현대 i10, i20이나 기아 피칸토(모닝), 씨드가 지날 뿐이다. 유럽에선 고급 모델인 중형 왜건 i40은 한 대도 못 봤다.

‘쌍용’도 못 봤다. 아쉽다. 쌍용 로디우스는 한때 스페인에서만 연 5000대 이상을 판매했다. 당시엔 국내 판매량보다 많았다. 2009년 이후 경영난으로 현지 판매망이 무너졌다.

회복 노력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그 노력이 남유럽에까진 미치지 못한 듯했다.

도로 위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자동차 회사에 중요하다. 어느 정도는 깔려야 현지 판매사(딜러사)가 부품 판매와 정비로 수익을 낸다. 마케팅 측면으로도 아무래도 많이 팔린 차가 팔기도 더 쉽다.

수치상 최근 3년 현대·기아차의 유럽 내 점유율은 6%대다. 나쁘지 않다. 현 수준만 유지하면 도로 위 점유율도 자연스레 오른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한 대로변 고가도로 위에 현대 광고판이 내걸렸다. 남유럽 시장 공략에 대한 ’선전포고‘처럼 느껴졌다.

포르투갈 리스본 시내 고가도로에 현대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김형욱 기자
포르투갈 리스본 시내의 현대 전시장 모습. 김형욱 기자
’저가 포지셔닝‘ 현지 위상 아직은

가격은 어떨까. 자동차 브랜드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는 사실 판매량보다는 가격이다.

같은 소형 SUV라도 쌍용 티볼리는 2000만원 전후, 포르쉐 마칸은 8000만원 전후다. 네 배다. 포르쉐가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은 좋은 차이기도 하지만 ’포르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쌍용차도 돈 들이면 좋은 차 만든다. 마칸에 버금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선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 내 현대·기아차도 아직 멀었다. 포르투갈 파로 공항에서 산 자동차잡지 ’Auto hoje‘의 모델별 가격표를 봤다. 현대·기아차는 초라했다.

같은 경형이라도 현대 i10은 최저 9990유로(약 1190만원), 기아 모닝은 9330유로(약 1112만원)였고 이탈리아산 피아트 노보 판다는 1만1110유로(1329만원), 폭스바겐 업은 1만943유로(1304만원)였다.

큰 차도 마찬가지였다. 중형 왜건 현대 i40 1.7 디젤은 3만935유로(약 3687만원)부터, 폭스바겐 파사트는 1.6 디젤이 3만2244유로(3842만원), 2.0 디젤은 3만4727유로(4138만원)부터였다.

네덜란드의 한 중고차 매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구형 투싼. 판매가는 1만900유로(약 1300만원)였다. 김형욱 기자
독일 공항에 주차된 기아 비스토. 유럽 도로 위 한국차 대부분은 여전히 저가 경·소형차다. 김형욱 기자
아직 판매량도 많지 않고 브랜드 이미지도 높지 않다. 미국에서 한창인 ‘제값받기’도 여기선 아직 만만치 않다.

현대·기아차가 이달 초 ’2015 제네바모터쇼‘ 같은 대규모 행사에 공들이고 지난해부터 유럽 인기 자동차경주대회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 참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15일(현지시간) 최근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오펠·푸조·시트로엥·르노·피아트 같은 중간급 자동차가 기를 못 편다고 보도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같은 고급차와 현대·기아차나 다치아 같은 저가 모델에 끼여버렸다고 설명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현 유럽 시장이 현대·기아차의 현지 판매 확대에는 당장 도움이 되겠지만 ’저가차‘라는 인식이 박혔다는 점에선 과제를 안겨준다.

아직 길거리에선 찾아보기 어렵지만 유럽 모터쇼에선 ’진정한 저가차‘ 중국차의 바람이 거세다. 이들이 언제 유럽 저가차 시장을 장악할지 알 수 없다.

현대·기아차 ‘승부수’ 결과는

현대·기아차는 최근 승부수를 건 모양새다. 때마침 올해는 유럽의 주력 모델인 현대 투싼과 스포티지 신모델이 연이어 나온다.

2010년 이후 20억원대 순이익을 내던 현대차 유럽법인(HME)은 지난해 387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규모 마케팅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정몽구 회장이 한 차례, 정의선 부회장은 무려 네 차례 유럽을 방문해 현지 시장을 독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헝가리·노르웨이처럼 인근 지역에서 지원할 수 있는 현지 판매법인은 정리하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다. 때마침 유럽 시장 경기는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 무드에 접어들었다.

올 1~2월 누적 유럽 자동차 판매량은 198만6792대로 전년보다 6.6% 증가세였다. 현대·기아차는 같은 기간 4.5% 늘어난 11만5732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5.8%(전년 5.9%)를 기록했다.

포르투갈 남부 알가르브 지역에 주차된 준중형 해치백 현대 구형 i30 모습. 김형욱 기자
네덜란드 시내 택시 모습. 유럽은 전반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 택시가 많은 편이다. 기본료는 국내 모범택시 수준이다. 포르투갈 택시의 기본요금은 3.25유로(약 3900원)였다. 김형욱 기자
이탈리아 나폴리에 주차된 인도 마힌드라의 경형 전기차 레바(REVA). 김형욱 기자
이탈리아 쏘렌토 해변에 주차된 피아트의 구형 2인승 경차 ‘126’. 유럽에는 국내 기준 경차보다도 작은 2인승 경차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김형욱 기자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서 만난 소형차 현대 i20. 김형욱 기자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주차된 스즈키의 경형 SUV ‘지미(Jimmy)’. 김형욱 기자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주차된 2인승 경차. 유럽에는 국내 기준 경차보다도 작은 2인승 경차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김형욱 기자
이탈리아 로마 공항의 피아트 경찰차. 김형욱 기자
이탈리아 피렌체 시내에 주차된 소형차 현대 i20. 김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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