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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만 벌써 세 곳으로, 지원금도 9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간 차입금리도 급등하면서 기댈 곳도 없는 만큼 구제금융 확대가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3일 첫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예금규모 기준으로 러시아내 15위 은행인 트러스트 은행에 자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당초 300억루블을 1차 구제금융 지원자금으로 제공했지만, 트러스트측이 1주일도 안돼 이 자금 대부분을 소진하자 구제금융 지원액을 3배 이상인 990억루블(약 2조700억원)로 확대하기로 한 것.
앞선 지난 25일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루블화의 불안정한 시기는 이제 끝났다”며 통화위기의 종식을 선언했다. 실제 2주일전까지 달러당 80루블대까지 급락하던 루블화는 러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의 잇딴 대책으로 인해 현재 50달러대까지 반등한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의 자신감과 달리 이번 주요 은행들의 구제금융 지원을 감안할 때 루블화 추락에 따른 후폭풍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러시아 대형 금융기관 임원은 “(루블화 추락에 따른 금융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앞으로 새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걱정하면서 모두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대형은행에선 예금 이탈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 트러스트 은행은 지난 한 주간 30억루블의 예금 이탈을 경험했고 소매예금 비중이 큰 대형 은행들에서도 예금이 줄고 있다.
실루아노프 장관도 이날 VTB와 가즈프롬뱅크에 대한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이제 우리는 시스템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은행들을 지켜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이미 대형 은행들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