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重노사, ‘말뫼의 눈물’ 기억해야

  • 등록 2014-12-05 오전 6:01:01

    수정 2014-12-05 오전 6:01:01

현대중공업 노조가 어제 4시간 동안 다시 부분파업을 벌여 노사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부분파업은 지난달 27일에 이어 일주일 만에 두 번째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그동안 50여 차례에 걸쳐 협상해 왔지만 지금까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양측의 최대 쟁점은 임금인상이다. 노조는 임금 월 13만원 인상, 성과급 250%+α, 노조 전임자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기본급 3만 7000원 인상, 격려금 100%+300만원 지급을 제시하는 중이다. 양측이 이달 내로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해를 넘긴다면 전면 파업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최악의 상황이다. 올해 3분기 영업적자가 3조 2000억원에 달한다. 권오갑 사장이 무리한 임금 인상이나 파업보다는 회사 살리기에 나서자고 외쳤지만 노조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년간 조선업 호황을 바탕으로 평균 연봉 7200만원의 높은 임금을 지급해 왔다. 정년보장·의료비·교육비 등 복지 혜택도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노조가 최근 회사 경영악화와는 관계없이 파업까지 강행하면서 임금 인상을 무리하게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

국내 조선업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 중국업체들이 선박 수주량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지 오래다. 일본 조선업체들도 엔저에 힘입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마저 하락하면서 앞으로 선박 발주가 상당기간 줄어들 게 분명하다.

현대중공업의 위기는 조선업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 전체의 위기이기도 하다. 노조가 강경투쟁만 벌인다면 스스로 배를 침몰시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은 2002년 스웨덴 말뫼에 있는 조선업체 코쿰스의 파산으로 골리앗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스웨덴 언론은 크레인이 울산으로 떠나던 날 ‘말뫼가 울었다’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극한 대립을 한다면 ‘말뫼의 눈물’이 ‘울산의 눈물’이 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금이라도 힘을 합쳐 허리띠를 졸라매고 상생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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