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윤정희(여·32)씨는 출퇴근 때마다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만원 버스·지하철에 몸을 싣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언제나 예외 없이 백팩(등에 매는 가방)을 멘 사람들 때문에 피해를 입는다. 부피가 큰 백팩에 걸려서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한 적도 있고, 백팩을 멘 사람이 움직이면서 가방에 얼굴을 맞은 적도 있다.
야동남·막말녀·개똥녀·담배녀·대변녀·문신남·무개념녀….
잊을 만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각종 지하철 추태 남·녀가 화제로 떠오른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같은 차량에 승차한 승객의 눈총을 받는 데 그쳤던 지하철 OO남녀는 요즘 스마트폰의 대중화 덕에 순식간에 전국구 스타(?)가 되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떠들썩한 지하철 OO남녀가 아니더라도 다리 벌리고 앉기, 큰 소리로 통화하기, 과도한 애정 표현, 내리기 전 타기, 교통약자석 자리 다툼 등은 지하철을 ‘짜증철’로 만드는 행태들이다. 지하철 운영업체들은 지하철 에티켓 포스터를 곳곳에 부착하고 안내방송 등을 통해 에티켓 준수를 당부하지만, 자신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무너진 시민의식은 배려와 양보 없는 지하철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하철 ‘민폐’ 1위… 시끄럽게 전화통화하면서 떠드는 사람
최근 한 온라인 리서치 회사가 전국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출퇴근길 지하철 가장 꼴불견’으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54.4%)이 ‘시끄럽게 전화 통화하면서 떠드는 사람’을 꼽았다. ‘과도하게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19.6%)이나 ‘김밥 등 냄새나는 음식 먹는 사람’(12.4%), ‘눈썹부터 립스틱까지, 화장에 몰두하는 사람’(7.6%)도 보기 좋지 않다고 응답했다.
지하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실제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시끄럽게 떠들고, 술에 취해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하거나 의자와 바닥을 구분하지 못하는 승객도 종종 볼 수 있다. 또 일부 승객은 줄을 무시한 채 승강장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가 내리는 승객과 부딪치며 올라타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만난 직장인 정은영(37·여)씨는 “어린아이면 지적해 고쳐주기라도 할 텐데 알만한 성인들이 저런 모습을 보이니 안타깝다”며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배려 없는 지하철… 한겨울에 냉방 요구도
배려 없는 지하철 문화로 관계 기관도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쌀쌀해진 날씨에도 자신은 덥다며 냉방장치를 켜달라는 등 막무가내식 민원은 물론 교통약자석을 둘러싼 자리 다툼 민원도 끊이질 않고 있다. 노인들은 젊은 사람이 교통약자석에 앉지 못하도록 안내 방송과 단속을 자주 하라는 것이고, 임신 초기의 여성들은 교통약자석에 앉았다가 노인들께 싫은 소리를 들었다며 교통약자석 이용 홍보를 늘려달라는 식이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삶이 팍팍해지면서 우리 사회에 양보와 배려가 부족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상대방을 배려해야 자신도 배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하철 무질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시민의식의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①임산부·장애인·어린이·노인 등 교통약자에게 배려를
②전철역에서 담배는 안 돼요
③다리를 너무 벌리면 옆 사람들이 불편해요
④전철 내 대화나 핸드폰 사용은 조용히
⑤문이 닫히기 직전에 타거나 내리면 매우 위험해요
⑥전철이 혼잡할 땐 크기가 큰 백팩은 손에 들어주세요
⑦에스컬레이터는 안전하게 두 줄로 서서 이동하세요
⑧충돌위험이 있으니 먼저 내리고 나중에 타요
⑨자전거 이용객은 출퇴근(오전 7~10시, 오후 5~8시) 시간에는 안 돼요
⑩교통카드 찍고, 1초만 세고 들어가시면 기분이 좋아요
<자료:한국철도공사(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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