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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낮과 밤이 180도 다른 이가 있다. 시의원인 그는 연설준비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가정부가 딸린 부잣집에서 자라 돈이 많은 데다 성격도 밝아 따르는 사람이 많다. 그런 그는 밤이 되면 ‘노예’가 된다. 밤을 함께 즐기려는 남자를 사 거친 연애를 즐긴다. 바람피우기가 특기다.
아이돌그룹 클릭비 출신 오종혁(31)의 ‘이중생활’이다.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9월 14일까지 홍대대학로아트센터)와 연극 ‘프라이드’(11월 2일까지 아트원씨어터) 속 모습이다. “‘프라이드’ 속 가학적인 성행위 장면은 겪지 않은 일이라 수치심이 들기도 했는데 이젠 아무렇지 않다.” 오종혁은 “배역에 감정에 들어가다 보니 가슴 속 상처와 아픔만 느껴지더라”고 했다. 오종혁은 1년 사이 대학로에서 부쩍 자랐다. 뮤지컬 ‘그날들’을 거쳐 ‘공동경비구역 JSA’와 ‘블러드 브라더스’까지. 작품성과 화제성을 인정받은 공연에 주연을 꿰차며 연타석 안타를 쳤다.
무너지기 직전인 오종혁을 잡아준 건 동료 배우와 연출가다. 이를 악문 그가 택한 건 정면돌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습실을 지켰다. 오종혁은 “한 달 반 동안 하루에 세 시간 넘게 잔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연출가는 ‘이 장면에서는 이렇게 해 봐’라는 식으로 새벽까지 연기연습을 도와줬다.” 성실을 무기로 오종혁은 배우로서 신뢰를 쌓았다. 오종혁과 ‘온에어’를 함께 한 최성신 연출은 이후 ‘웨딩싱어’와 ‘공동경비구역 JSA’에도 그를 불렀다.
오종혁의 무대가 넓어졌다. 연극 신고식은 ‘프라이드로’로 치르는 중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공연 전날 리허설을 해야 하는데 마이크가 없어 당황했다. 내 목소리가 전달력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그의 솔직한 말처럼 발성도 숙제다. 신사 같은 동화작가와 충동적인 게이잡지 칼럼니스트의 극과 극 캐릭터도 혼자 소화해야 한다. 그런데도 욕심을 낸 이유가 뭘까. 오종혁은 “연기로만 무대에 서고 싶었다”고 말했다. 2인극인 뮤지컬 ‘쓰릴미’가 계기가 됐다. “정말 어려웠지만 작품 끝내고 나니 꼭 연극을 하고 싶더라. 언제 기회가 또 올지 몰라 이른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도전했다. 배우로의 성장을 위해서.” 욕을 먹더라도 한번 부딪혀 보자고 마음 먹었다.
TV에서는 언제쯤 자주 볼 수 있을까. “제대하면서 소속사에 2년 동안은 공연에만 집중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힘을 키우고 싶었다. 내년부터는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될 것 같다.” 이제 곧 노래를 하는 오종혁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내년에는 앨범도 낼 것 같다. 팬들이 이해할 수 있는 노래를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