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음악은 전세계 공통언어입니다. 아이들의 노래를 점수로 따지자면 엉망진창으로 할 수 있겠지만, 노래의 진정성은 그 어떤 성가대보다도 뚜렷합니다. 통일송인 ‘그날에’ 영어버전을 내년에는 보노 같은 세계적인 가수와 함께 비무장지대(DMZ)에서 노래하고 싶습니다.”
내년이면 데뷔 30주년을 맞는 가수 이승철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이승철은 유엔(UN)에서 ‘그날에’를 부른 지 이틀 만인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 메모리얼 처치 무대에 탈북청년들로 구성된 합창단 ‘위드유’와 함께 섰다.
그의 온(ON; One Nation) 캠페인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처음 한 언론사 기자의 소개로 위드유 소속 청년들을 만났고, 독도에서 함께 만든 통일송을 부르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처음엔 거절했다. ‘통일’이란 주제가 자신이 감당하기엔 너무 예민할 수도 있고 혹여 정치적으로 비칠까 걱정스러워서였다.
하지만 독도에 가서 자신들이 만든 통일송을 부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들게 비용을 마련해 온 걸 본 뒤엔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독도를 선택한 건 남한과 북한이 항상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슈가 독도와 위안부 두 가지이고, 독도가 남과 북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승철은 청년들에게 “기왕 이렇게 된 거, 세계에 목소리를 알리자. 영어버전도 만들고 전세계 대표들이 모인 유엔가서 노래도 하자”고 제안했다.
“처음 이 아이들을 보았을 때만 해도 사선을 넘어온 강한 눈빛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독도를 가고 이곳에 오기까지 본인들이 왜 노래를 해야 하는지 많은 느낌을 받았고, 이제는 하모니가 아름답게 퍼질 수 있는 눈이 보입니다. 아이들의 노래는 ‘못하는 노래도 사람을 울릴 수 있구나’를 느낄 수 있게 할 겁니다.”
이들이 하버드대를 공연 무대로 선택한 건 국제사회의 인권에 관심이 많은 세계 리더들이 많이 모인 곳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독도가 시작이었고 하버드대 공연은 마지막이 아닌 중간 지점이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남한 청년들은 물론 해외 디아스포라 청년들이 다 함께 모여 DMZ에서 공연을 하고픈 게 바람이다.
| 29일(현지시간) 하버드대 메모리얼 처치에서 가수 이승철이 위드유 합창단원들과 함께 ‘그날에’를 부르고 있다.(사진 : 김혜미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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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단 50명 중 절반 이상은 가족이 북한에 남아있고 개인사가 해결되지 않아 아직도 얼굴을 노출할 수 없는 친구들입니다. 과거엔 배고픔을 벗어나기 위해 북한에서 탈출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꿈과 희망, 열망 이런 것들 때문에 탈북을 선택합니다.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지금같은 현실에서 마지막 남아있는 끈을 다시 이어가자는 게 우리의 목적입니다.”
‘홀로아리랑’으로 시작해 ‘그날에’로 끝난 이날 콘서트는 그야말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본래 700명까지 입장이 가능하다던 객석은 이를 훌쩍 넘긴 1000명이 가득 메웠다. ‘그날에’의 영어버전은 이날 처음 공개됐으며 음원유통사인 CJ E&M은 유통 수익을 전액 기부한다는 계획이다.
콘서트 마지막에는 이번 합창단원 중 2명을 직접 구출하는 데 성공한 국제북한인권단체 링크(LINK)의 저스틴 윌러 부회장과 해당 단원의 환영사와 답사도 이어졌다. 콘서트의 목적을 모른 채 그저 K-팝이 좋아 교회를 찾았다는 한 미국인은 “합창단과의 노래가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