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라져가는 아베노믹스 ‘B급 선수’

  • 등록 2014-07-16 오전 6:05:01

    수정 2014-07-16 오전 6:05:01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은퇴를 앞둔 와타나베(70)씨는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님 때부터 이어온 가업을 이을 후계자를 찾지 못해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의 주역이었던 그도 어깨가 움츠러든다.’

일본 내수를 뒷받침해 온 ‘B급 선수’(소규모 장수기업·시니세(老鋪))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지고 있는 시니세를 이어갈 후계자가 없기 때문이다.

신용조사기관인 도쿄쇼코 리서치는 지난해 일본에서 문을 닫은 시니세 수가 역대 가장 많은 2만8943개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중소기업 숫자도 1999년에서 2012년 사이 20% 줄었다.

일본 대기업들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시니세 후계자 자리를 꺼리는 이유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아베노믹스(아베 정부의 경기 부양책)를 통해 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아베노믹스 효과를 느끼는 기업 간 온도차는 상이하다.

수출 중심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들은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로 실적이 크게 개선된 반면 중소기업들은 수입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 ‘일간 공업신문’이 일본 전국 중소·중견기업 14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베노믹스 효과에 대해 영향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 6.2%에 그쳤다. 나머지 93.8%의 중소·중견기업들은 ‘약간 영향이 있거나 거의 없다’고 답했다.

소위 ‘A급 기업’(대기업)에 편중된 아베노믹스가 시니세 기업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강소기업을 뜻하는 이른바 ‘히든챔피언’ 육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고 하반기 육성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005930)가 올 2분기(4~6월) ‘어닝쇼크’(실적 하락 충격)를 기록한 가운데 박근혜 정부가 과감히 소규모 기업 육성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한국 정부는 한국 경제의 든든한 허리가 될 수 있는 히든챔피언을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 약속처럼 히든챔피언을 지원해 경제성장을 일궈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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