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의 재발견]중소형만 짓는 세상..다시 큰집이 끌린다

중대형 아파트값 3년 반만에 반등.. 분양단지 청약 '대박'
실수요자 돌아오는데.. 공급 물량 전체 19%뿐
시장 전체 회복세는 "글쎄요".. 실수요 중심 접근해야
  • 등록 2014-02-21 오전 7:20:00

    수정 2014-02-21 오전 9:56:13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중대형과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격이 역전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3.3㎡(1평)당 분양가가 중대형보다 중소형 아파트가 더 높게 책정된 겁니다.”

2009년 여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8월 신문과 방송들은 부동산시장에 나타난 이색소식을 전하느라 열을 올렸다. 중소형과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역전’됐다는 것이다.

중대형 아파트 인기가 사그라든 현 시점에서 약 5년 전인 당시를 회상하면 “웬 호들갑”이냐 싶지만 당시는 분명 놀랄만한 일이었다. 이전에는 건설사들이 중소형 아파트의 단위면적당 분양가를 중대형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분양가 역전현상은 예고된 일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주택 가격은 중대형 중심으로 하락 폭이 커져갔다. 2006년 부동산시장 호황기를 지나며 부풀어 오른 가격 거품은 빠른 속도로 꺼져갔고, 투자 수요가 사라진 시장은 비싼 관리비에다 환급성까지 떨어지는 중대형 주택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지 5년이 지난 현재, 시장은 또다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경매시장에 나온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 퍼스티지 전용면적 198㎡형 아파트. 이 경매 물건은 두 차례 유찰 끝에 지난 13일 22억36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89%였다.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실제 매매가는 23억~25억원 선에 형성되고 있다”며 “세금과 각종 부대 비용을 제하면 시세와 별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당첨자를 발표한 부산 금정구 사직동 사직역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무려 50대 1로, 232가구 모집에 1만1680명이 몰렸다. 중대형인 전용 114㎡와 120㎡형 경쟁률도 각각 10.6대 1, 5.5대 1을 기록했다.

중대형 아파트가 많이 몰려 있는 버블세븐 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양천구 목동, 분당·평촌신도시, 용인시) 주택시장도 심상치 않다. 부동산114는 이들 지역의 전용 85㎡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달 0.06% 올랐다고 전했다. 3년여만의 반등이다. ‘비관론’이 팽배했던 중대형 아파트 매매시장에 조금씩 봄 기운이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실수요 중심으로 중대형 아파트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미 2012년 주택산업연구원이 개최한 ‘주택시장 환경변화와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연령별 주택수요 및 주택 규모를 분석한 결과 “2035년까지 중형 이상의 주택이 많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급 물량이 적은 것도 중대형 아파트시장의 장밋빛 미래를 얘기하는 이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2010~2013년 4년 연속 전체 공급 물량의 19%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4년간 평균 공급 물량이 전체의 25~35%수준이었던것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이창무 교수는 “1~2인 가구는 청장년층보다 노년가구 위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들은 소형주택으로 이주하기보다 과거 형성된 자산으로 주택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는 줄어든 중형 주택 공급이 늘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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