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초연금 '눈먼 돈'돼서는 안된다

  • 등록 2013-03-14 오전 7:00:00

    수정 2013-03-14 오전 7:00:00

지난해 자격이 되지 않는데도 재산은닉, 소득축소, 사망신고 지연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기초노령연금을 타다가 적발된 사람이 5만명에 육박했다. 1년 전 1만9000여건에 비해 무려 153%나 증가한 것으로 정부의 연금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은 소득하위 70%에 속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월 2만~9만7000원을 지급한다. 이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내년 7월부터 기초연금이 도입돼 월 연금액이 최대 20만원으로 오르게 되면 부정수급 사례는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내년에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국민연금 미가입자의 경우 소득 하위 70%는 20만원을 받지만 상위 40%는 4만원 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득구간에 따라 연간 192만원의 차이가 나는데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정부가 가뜩이나 기초연금 재원 마련 방안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모럴 해저드가 기승을 부리면 복지 제도의 신뢰성이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등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부정수급의 수법을 보면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사망 신고를 늦추는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금융 재산과 소득을 허위로 신고했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됐다. 먹고 살만 한 데도 한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은행 창구에 부정수급 방법을 묻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적발된 상당수는 연금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재산을 숨겨 놓았다가 이후 다시 자신의 명의로 돌려놓는 과정에서 당국에 걸린 케이스다. 또 재산을 가족의 명의로 돌려놓은 채 계속 연금을 타가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각 부처가 갖고 있는 소득과 재산 자료를 한데 모은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가동해 부정수급이 크게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용이 적지 않아 무작정 증원에는 한계가 있지만 부정수급을 단속하려면 관련 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늘리는 게 절실하다.

또 소득 하위 70%에 속하느냐에 따라 연금지급액이 크게 차이가 나도록 돼 있는 현행 기준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이밖에 부정수급이 적발됐을 때는 무거운 과징금을 물리는 것도 모럴해저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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