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때문에…" 울고 웃는 韓·日 증시

원화 강세·엔화 약세..상반된 환율흐름
양국 대표기업 주가도 명암 뚜렷해
  • 등록 2012-12-10 오전 7:42:34

    수정 2012-12-12 오후 3:01:43

[이데일리 김기훈 김태현 기자] 환율 때문에 한국과 일본 주식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해외자금이 몰려드는 일본 증시에는 화색이 도는 반면 한국 증시는 경기 악화에다 원화 강세까지 겹쳐 몸살을 앓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올 들어 달러·원 환율은 6% 하락했다. 달러· 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100원을 뚫고 내려간 뒤에도 하향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 중반에 그치는 등 부진한 국내 경기를 고려하면 이론상으로 원화가치는 약세가 돼야 하지만 미국의 ‘무제한 돈풀기’ 정책과 중국 위안화 가치 절상, 경상수지 흑자 증가 여파 등으로 원화 가치의 강세 기조는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 엔화는 선진국 통화 중에서도 두드러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오는 16일로 예정된 일본 총선에서 승리가 유력한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가 핵심공약으로 추가 양적완화를 내세우면서 통화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현재 달러·엔 환율은 82엔대로, 엔화 가치는 7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 중이다.

양국의 서로 다른 환율 흐름은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엔화 약세에 해외자금 유입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8% 올랐다. 세계 주요 20개 증시의 월간상승률로는 최고치다. 같은기간 미국 증시는 재정절벽 우려로 1% 하락했고, 경기 둔화 전망에 시달리는 중국 증시 역시 4% 떨어졌다. 한국 증시는 1% 남짓 올랐지만, 이는 10월에 4% 넘게 떨어진데 따른 기저효과 측면이 강하다.

한·일간 엇갈린 환율 움직임은 양국 대표기업들의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환율 변화에 민감한 자동차업종을 보면, 지난 9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일본 도요타가 16% 올라 연초 이후 최고치를 달성한 데 반해 현대차(005380)는 11% 내렸다.

철강과 화학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일철주금이 18% 상승하는 동안 포스코(005490)는 11% 하락했고, 미쓰비시케미컬이 20% 오르는 새 LG화학(051910)은 6% 밀렸다. IT주만은 국내 업체의 강세가 이어졌다. 삼성전자(005930)가 원화 강세에도 4% 오른 반면, 소니와 파나소닉 등은 수익구조 개혁 지연 등으로 약세가 지속됐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엔화 약세가 계속되면 중장기적으로 양국 기업들의 경쟁력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양국 증시 자금 흐름 역시 변화의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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