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외국인은 금통위 족집게?

한은 금통위 때마다 결과 맞춰
정보유출보다 자체분석에 무게
  • 등록 2012-08-13 오전 7:27:19

    수정 2012-08-13 오전 7:27:19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 결정을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방향성을 예측해 국채선물을 매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정도다.

단위: 계약 (자료: 이데일리 마켓인)
1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한은 금통위 직전 이틀 연속 국채선물 5776계약을 팔았다(★그래프 참조). 매도 규모가 크지 않지만, 방향성에 비춰봤을 때 금리 동결을 점친 것이다. 보통 금리 인하를 예상하면 국채선물 값이 오르는 쪽(매수)에, 금리 인상을 예상하면 국채선물 값이 내리는 쪽(매도)에 베팅한다. 금리 인하기에 금리 동결을 예상한다면 국채선물값이 내리는 쪽에 베팅하는게 보통이다.

이달 한은 금통위의 금리 결정을 놓고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리 동결 전망이 다소 우세했지만, 금리 인하 전망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8일 이데일리가 경제 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2명이 금리 동결을, 9명이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그만큼 금리 결정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웠다는 얘기다.

지난달 12일 한은 금통위가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했을 때도 외국인은 한은 금통위 직전 닷새 연속 1만 5447계약의 국채선물을 샀다. 이데일리 조사 결과 21명 중 단 두 명만이 금리 인하를 점치는 등 금리 동결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외국인은 금리 인하에 베팅했다.

이러한 사례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 7월 14일 금리가 동결됐을 때도 외국인은 한은 금통위 직전 사흘 연속 국채선물을 2만 8595계약 샀다. 당시 소비자 물가가 4.5%까지 치솟아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이 예상됐지만, 외국인은 도리어 국채선물을 사며 금리 동결을 점친 셈이다. 이후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기 전까지 1년간 금리를 3.25%에 묶어놨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최근 우연한 일치인지 몰라도 한은 금통위 결과를 보면 외국인의 예측과 맞아떨어진다”며 “국내 기관과 달리 현물 매매에 대한 위험을 선물로 분산해야 할 부담이 작고, 오랜 기간 투기적인 선물 거래만 파고드는 외국인이 많다 보니 경험이 쌓여 분석력도 좋아진 듯하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외환시장에서도 종종 나타났다. 지난해 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 소식이 공식적으로 전해지기 직전 1시간 전부터 외국인은 달러를 대량으로 샀다. 이에 따라 환율은 순식간에 25원가량 급등한 바 있다.

신상건 기자 adoni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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