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역대급 호황에도…"소극장·극단은 고사 위기"

[2024년 공연계 빛과 그림자]②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인터뷰]
관객 없어 극단끼리 품앗이 관람
공연장 임대료 높아져 운영 악화
민간단체 상생 위한 지원제 시급
  • 등록 2024-12-23 오전 5:34:10

    수정 2024-12-23 오전 5:34:10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스타 배우가 없는 공연은 관객이 거의 없어요. 텅 빈 객석으로 공연할 수 없으니 배우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서로 공연을 봐주는 ‘품앗이’를 할 정도예요.”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회장(사진=한국소극장협회)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이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학로 소극장·극단들이 처한 어려움을 얘기하며 꺼낸 말이다. 공연계는 스타 배우들을 앞세운 뮤지컬과 연극 작품들의 흥행에 힘입어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공연 메카’로 불리는 대학로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 이사장은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 비상업 공연의 경우 관객의 70% 이상이 관계자와 지인들로 채워지기도 한다”면서 “이젠 ‘제 공연 안 보러 오시나요?’가 대학로 인사말이 됐을 정도다. 티켓 값 지출에 부담감을 느끼는 배우들도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협회에 따르면 대학로에서 운영되는 소극장은 약 140곳이다. 평균 임대료는 월 450만 원, 하루 대관료는 40~100만 원 수준이다. 임 이사장은 “월 임대료가 1000만 원이 넘는 건물도 있다”며 “관객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임대료와 대관료는 계속 높아져 협회 회원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토로한다”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임대료·대관료 상승으로 인한 운영 악화 여파가 신규 작품 개발 실패로 이어진다고 봤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신작을 올리면 1~2개월 정도 공연하는 게 기본이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흥행 리스크가 있는 신작은 대관료 부담에 짧으면 3일, 길어봤자 2주 정도 무대에 올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악한 환경에 홍보, 기획 인력 유출이 심하다”며 “경력을 쌓은 뒤 상업작을 올리는 대형 공연제작사로 향하는 인력이 많아 신규 관객 개발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임 이사장은 ‘민간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제’(가제)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민간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제’는 소극장별로 3개의 공연 단체를 상주 단체로 짝지어주고 소극장과 공연 단체에 임대료·대관료 할인 혜택 등을 지원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는 “소극장 100곳을 지원하면 300개의 공연 단체가 함께 혜택을 보는 상생 구조 시스템을 실현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창작 활동의 장이 만들어지면 예술가, 스태프들을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소극장협회는 소극장 운영 지원을 통해 한국 공연예술계 발전과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00년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대학로티켓닷컴’, ‘좋은공연안내센터’, ‘서울형 창작극장’, ‘민간소극장 공동스탬프뱅크’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임 이사장은 그간 연극 ‘고도’, ‘귀여운 장난’, ‘운소도’, ‘가석방’, ‘베이비 댄싱’ 등을 선보인 연극 연출가로, 극단 동숭무대를 이끌고 있다.

임 이사장은 “음악, 미술 등 순수 예술 분야까지 AI(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시대가 됐지만 연극은 향후에도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예술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며 “연극 문화를 보존을 위한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 스냅타임
    2024년 12월 23일 오늘의 운세
  • 스냅타임
    12월 20일 오늘의 운세
  • 스냅타임
    2024년 12월 19일 오늘의 운세
  • 스냅타임
    12월 18일 오늘의 운세
  • 스냅타임
    2024년 12월 17일 오늘의 운세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 트랙터 진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