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 중 절반 이상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 노조법 개정안 시행 시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 응답 비중. (사진=한국경제인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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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100인 이상 제조업종 주한외투기업 인사노무담당자를 대상으로 노조법 개정안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사 기업 55%는 노란봉투법이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조사에는 100개 기업이 응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5일 노란봉투법을 의결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기존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를 넘어 근로자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한다. 외투기업 10곳 중 6곳(59.0%)은 이 같은 사용자 개념 확대가 한국 산업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기업(17.0%)의 3.5배다.
사용자의 개념 확대가 산업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원인으로 도급계약 부담 증가로 노동시장 효율성 저하(27.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서 △하청노조의 원청에 대한 파업 증가(25.3%) △원·하청노조 간 갈등 야기(22.1%) 순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개정안은 특수고용형태종사자, 자영업자 등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노조 가입범위 확대에 관해 외투기업 10곳 중 6곳(62.0%)은 한국 노사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20.0%에 그쳤다.
노조 가입범위의 확대가 노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빈번한 교섭 및 파업으로 사업 운영에 차질 발생(28.4%)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외에 △노무제공자 등의 무리한 교섭요구 및 파업으로 노사질서 교란(22.6%) △경영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기업 투자·고용 위축(18.6%) 등으로 조사됐다.
외투기업 중 68.0%는 개정안에 따라 노동쟁의 범위가 확대되는 점을 두고도 부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업 비중은 11.0%였다. 개정안은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한다. 부정적으로 본 기업들은 조직개편 등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 침해(30.1%) 가능성을 가장 크게 우려했고 △노사 문제를 파업으로 해결하려는 심리 확산(27.6%) △경영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고용 위축(18.7%) 등도 지적했다.
| 한국 내 파업 증가 전망에 관한 기업 응답. (사진=한국경제인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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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외투기업들은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한국 내 파업이 20.0% 증가하고 외국인투자는 15.4%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관해 한경협은 노조법 개정안에 따른 파업 확대로 노동시장 경직성과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외투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재정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범위 확대 등으로 대화를 통한 노사 간 협력보다 파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투쟁 만능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고 외국인 투자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노조법 개정안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