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군 복무여건 개선사업 평가’ 보고서를 통해 “계급정년·연령정년 제도가 과거 병력 자원이 풍부했던 시기에 형성된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낮은 출산율과 군의 무기체계 다양화 등으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는 시기에 맞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산율 감소로 점차 병역가용 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우수한 간부 자원 모집과 군 전문성 유지를 위해선 장기복무 선발률 확대와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정년 65세 연장 논의…여전히 군인은 ‘비정규직’
현행 군인사법에 따르면 장군을 제외한 군 간부 연령정년은 대령 56세, 중령 53세, 소령 50세, 위관급 43세, 준위·원사 55세, 상사 53세, 중사 45세, 하사 40세 등이다. 2008년 국가공무원법 개정으로 경찰·소방공무원까지 정년이 60세까지 연장됐지만 군인의 연령정년은 그대로다. 주요 해외 국가들의 군 정년(하사~대령)이 미국 45~62세, 독일 55~62세, 캐나다 60세, 프랑스 45~57세인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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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복무 선발은 장교의 경우 애초부터 장기복무자인 사관학교 출신자를 제외하고는 중·대위 때, 부사관의 경우 주로 하사 때 이뤄진다. 하지만 장기복무자 선발률은 장교의 경우 28%, 부사관은 50%에 그친다. 게다가 장교 집단 중 일선 현장에서 가장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계급이 소령인데 진급은 ‘바늘구멍’이다. 육군 한 개 사단에서 20명 내외의 중령 진급 대상자 중 2~3명 밖에 진급이 안 될 정도다. 군 전체 매해 중령으로 진급하는 비율은 20% 남짓, 중령 진출율은 56% 수준이다.
일부 장군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직업군인이 40~50대에 조기 전역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제활동이 짧을 수밖에 없다. 생애 주기상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으로 가장 지출이 많은 때에 퇴직하게 되는 것이다. 민간사회에서도 고령화에 따라 60세 정년퇴직 시스템을 뒤로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직업으로서 군인에 대한 매력도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달 초 국회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 대응 방안으로 65세까지 정년연장 필요성을 제안했다.
“재정부담, 인건비·연금·軍 정원 종합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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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석 충남대 교수는 관련 논문에서 “정년이 증가하면 군인연금의 국가보전금액이 다소 증가할 수 있지만, 단순 금전적 차이만을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인구감소에 필요한 직업군인 수를 충당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경찰이나 소방공무원 정년이 60세인데, 군대조직에서도 정년 60세 가능성을 보여준다 ”고 말했다.
김신숙 국방부 국장(행정학 박사)은 ‘인구감소시기 강한 국방을 위한 병역제도 설계’ 논문에서 “한 번에 모든 계급정년과 근속정년을 없앨 경우 진급 적체와 초과인력 상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진급과 근속 간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년연장 중간 단계로 현재 부사관에게 적용되는 근속진급제 확대를 제안했다. 김 국장은 “부사관은 일단 장기복무자로 선발되면 상사까지는 근속진급제도를 통해 53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며 “장교들도 중간간부까지는 근속진급을 허용하고 있는 경찰 모델을 따라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중간계급까지 근속 진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