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위해 아이를 포기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그제 내놓은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초반(30~34세)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17년 66.2%에서 지난해 75%로 8.8%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이들의 유자녀 비율은 같은 기간에 46.9%에서 32.3%로 14.6%포인트 낮아졌다. 경제활동참가율 급증과 유자녀 비율 급락은 가임 적령기인 30대 초반 여성들이 출산을 포기하거나 시기를 늦추고 일을 선택한 결과로 분석된다.
젊은 여성들이 일을 위해 아이를 포기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아이를 가지면 일을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에도 잘 나타나 있다. 지난해 자녀가 있는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4.5%로 자녀가 없는 경우(78.7%)보다 무려 24.2%포인트나 낮았다. 자녀의 유무에 따라 경제활동참가율이 이처럼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은 여성이 아이를 가지면 더 이상 일하기 어려운 한국적 현실을 보여준다. 남녀가 평등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남성은 일, 여성은 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전통적, 유교적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기대되는 출생아 수)이 0.78명까지 떨어졌다. 2020년부터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됐으며 2040년에는 전체 생산가능인구의 4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노동력 고갈로 경제 성장은 물론이고 사회의 존속마저 위태롭게 된다. 젊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는 단기적으로 노동력의 공백을 메워 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도 그럴지는 의문이다. 출산율을 떨어트려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상승과 출산율 하락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러자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눈치가 보여 법에 보장된 육아휴직도 제대로 못 쓰는 경우가 다반사다. 남성의 육아 및 가사 분담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