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개미를 위한 테마주는 없다

  • 등록 2023-09-18 오전 6:00:00

    수정 2023-09-18 오전 6:0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10만~12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7개월 만에 120만원대까지 뛰었다. 단순 계산으로 100만원이 1000만원, 1000만원이 1억원으로 불어났다는 얘기다.

숫자만 보면 ‘허황된 꿈’에 가까운 수익률지만, 올해 투자자들은 이 같은 상승세를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에코프로 등과 같은 2차전지주의 무서운 폭등세를 지켜보면서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이제 이들의 주가가 얼마나 빠르게 내려오는지 역시 함께 목격하는 중이다. 2차전지 대장주로 국내 유일의 황제주(주당 가격 100만원 이상) 자리에 올랐던 에코프로가 ‘왕관’을 반납하며 100만원대에서 내려온 후 80만원대까지 미끄러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3일에 불과했다. 대장주의 하락과 함께 2차전지주 전반이 흔들리며 관련 33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7월 고점 대비 90조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집계된다.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주의 하락세는 투자자들에게 다른 테마주의 급락보다 충격이 큰 모양새다. 상반기와 같은 급등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전기차 시장 둔화 전망 등에 이처럼 가파른 하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탓이다.

특히 2차전자주는 테마주 광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상승세가 이어지며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커지리라는 기대에 테마주 이름표를 떼고 주도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2차전지주의 최근 하락세가 테마주의 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급만으로 언제까지고 상승만 할 종목은 없다는 것이다.

황제주를 배출해내고 주도주 자리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2차전지주가 이럴진대 그 외 테마주는 말할 것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초전도체와 맥신 등 2차전지의 뒤를 이어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테마주들은 급등한 속도만큼 빠른 조정과 하락을 겪었다.

실제로 테마에서 테마로 투심이 옮겨가는 장세가 지속하며 우리 증시는 테마주가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하는 중이다. 이를테면 테마주 광풍에 따른 ‘빚투(빚을 내 하는 투자)’ 증가가 대표적이다. 신용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넘어서며 몸집을 불리자 웬만하면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 했던 금융당국마저 테마주 광풍에 따른 빚투 증가 등에 대한 주의보를 내렸을 정도다.

가장 큰 문제는 테마주가 개인들의 투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손실 대부분이 개미의 몫이 된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테마주로 돈을 버는 것은 소수의 일반 투자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주주와 특수 관계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초전도체 열풍이 불었던 지난 8월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으며 가장 바쁘게 움직인 것은 대주주와 일부 경영진 등이었다. 한 달간 상한가 등을 찍었던 초전도체주 관련 11개 종목 중 최대주주나 임원이 주식을 내다 판 곳은 6개에 이른다. 5000원에 불과했던 주식이 1만6000원까지 뛰면서 수십억을 챙긴 사례도 있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가 잘못되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유행만 따라 테마주에서 테마주로 이동하는 투자는 분명 위험하다. 우리 증시는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며 테마주 열풍도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나만 고수익에서 소외될까 하는 두려움만큼, 변동성이 큰 테마장에서 손실을 입는 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기업의 ‘기초체력’부터 살펴보는 전략을 펼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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