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지난 9년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600건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연 평균으로 보면 국내 은행권은 매년 70건이 넘는 횡령·배임·실명제위반 등의 숱한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금융사고가 가장 많았고, 고객 돈을 훔치는 횡령은 최근 대규모 횡령사고가 터진 우리은행이 불명예 1위를 차지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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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이데일리가 국내 시중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지방은행 6곳(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의 전체 경영공시(2014년 3분기~2023년 1분기)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65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국민주택채권 횡령, 은행권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 잇따라 발생한 금융사고 사태를 봉합하고자 금융사고 공시제도를 강화했지만, 제도 시행 이후 9년이 흐른 현 시점에도 연평균 72.44건의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 유형별로 나눠보면 이 기간 5대 시중은행과 6대 지방은행의 금융사고는 각각 572건, 80건을 기록했다. 이중 은행별 사고 건수를 보면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14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122건), 신한은행(116건), 하나은행(104건), 농협은행(87건)이 뒤를 이었다. 지방은행 중에 부산은행(25건)이 가장 많았고 대구은행(15건), 경남은행(14건), 전북·광주은행(11건), 제주은행(4건) 순으로 나타났다.
금액 규모로는 대부분이 10억원 미만 피해에 그쳤다.
금융사고 유형별로 살펴보면 전체 사고에서 금전사고(횡령·유용·배임·사기·도난피탈) 비중은 41.4%(270건)를 차지했다. 횡령에 의한 금전사고는 각 은행에서 두루 적발돼 총 129건으로 금전사고 중 가장 많았다. 은행원이 사기를 치거나 은행이 사기를 당해 적발된 사고도 67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배임의 의한 사고는 37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횡령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은행은 우리은행(26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00억원대 횡령사건의 발생했던 우리은행의 경우 △2022년 4건 △2021년 2건 △2020년 2건 △2019년 2건 △2017년 1건 △2016년 5건 △2015년 7건 △2014년 3건 등 거의 매년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가장 최근 횡령이 적발된 경남은행의 횡령사고 건수는 4건으로 집계됐다.
은행에 직접 금전적 손해를 입히진 않았지만 금융시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사고는 총 382건으로 전체 금융사고의 절반을 넘어섰다. 금융질서 문란행위에는 금품수수 및 사금융알선, 실명제위반, 사적금전대차 등이 들어간다. 차명거래를 통한 금융사고를 막고자 만들어진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사례는 183건으로 전체 금융사고 중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