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제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8년~1974년생) 정년이 10년 안으로 다가왔으나, 이들의 일을 이어받을 청년 인구는 현저히 적어 고용부족이 닥칠 위기에 놓였다. 국내 2차 베이비부머의 인구는 약 635만명인 반면 예비 경제활동인구(2005년~2013년생)로 불리는 청년들은 고작 418만명에 불과하다. 약 200만명이 차지하던 일자리는 빈자리로 남게 된다. 한국의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적절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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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 전문가인 이삼식 인구보건협회 회장은 ‘국내 정년연장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앞선 선진국들의 사례를 되짚어 봤을 때, 지금부터 시작해야 미래 경제인구 부족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1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인구학적 구조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전쟁을 겪은 나라가 베이비붐 현상을 겪는다”며 “전쟁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 대해 교육이나 복지 등 많은 것을 쏟아붓기 때문에 출산율이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 뒤부터는 국가가 재정적 압박으로, 뒷 세대에 대한 지원을 차별화하기 시작한다. 의도적으로 출생자 수를 줄이게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앞 세대가 은퇴한 이후부터 노동력 부족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정년 연장 등 앞당기는 정책을 편다”고 전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전쟁을 겪은 국가다. 한국 전쟁 직후에 생겨난 1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미 은퇴를 했지만 그들이 낳은 자녀들의 규모가 상당했다. 이들이 바로 2차 베이비부머다.
◆선진국 이미 정년연장 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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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식 회장은 “이론적으로 총량 고정이라고 해서 일정 수준의 일자리가 있는데 (경제 인구가 풍부하게 되면) 세대 갈등의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며 “원만한 사회라면, 고령자들이 현직에서 퇴직한 뒤 자원봉사 등 사회적 일자리 자원으로 활용되겠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그런 주기에 도달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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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정년연장을 위해서는 오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정년연장에 필요한 노동 시스템의 변화도 일궈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정년이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되면 생활 체계는 물론 일하는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며 “근로자의 나이가 많아지면 연구인력, 사무인력은 괜찮을지 몰라도 블루컬라 근로자,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 산업재해 등이 심해질 수 있다. 그래서 작업 장소를 고령 친화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노르웨이 등 많은 유럽국가들을 살펴보면 그들은 어떻게 하면 고령자의 근무 여건이 개선될 수 있는 지를 고민한다”며 “우리나라는 인사 경력에 이력이나 능력을 주로 보지만 유럽은 건강과 능력 등 별도의 인덱스를 만들어 관리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 회장은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돌봄교육에 대해 케어의 목적보다는 노동시간과 함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 시간은 부모의 시간이고 보육돌봄은 아이의 시간인데 현재 두 개의 이음새가 제대로 연결이 돼 있지 않다”며 “한쪽(정부)에서 열심히 돈을 투자하고 많은 걸 해도 노동 쪽에서 변화가 없으니 서로 엇박자가 난다. 즉, 시간적 사각지대가 발생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일시에 퇴직하는 시기를 타깃해서 정년연장을 설정한다면 0.78명(2022년말 기준)이라는 낮은 출산율도 다시 움직일 여지가 있다”며 “다만 앞서 말한 사회구조, 대책 등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