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영지 김응열 기자] 메모리반도체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삼성전자(DS 부문)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보여 내년 성과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간 반도체시장 호황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던 양사가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되자, 각사 노조들은 임금 개선을 위한 차선책으로 임금인상률을 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8984억원의 적자를 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도 3조6645억원, 2분기 3조3282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올해 전체 영업손실은 1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자금사정도 좋지 않다. 최근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지만, 설비투자와 인수대금 지급 등을 고려하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6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7일 잠정실적발표를 통해 시장전망치를 하회하는 성적표를 꺼내 들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9%, 95.75% 감소한 63조원, 6000억원으로 집계해서다. 부분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력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평가된다. 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실적악화에도 회사는 영속해야 하므로 내년에 지급될 올해 성과급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실적이 개선돼 영업손실을 만회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높진 않다”고 했다. 또 “삼성전자 DS부문의 경우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 등 세부 반도체 사업부별 실적을 확인해야겠지만 전반적으로 모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초과이익성과급 등 성과급을 책정하기에 적자 상황에서 인건비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실적 악화로 연말에 지급하는 성과급을 대폭 줄인 바 있다. 매년 연말 월 기본급의 100%의 성과급을 받아온 DS부문의 경우 역대 최저 수준인 50%의 성과급이 책정됐다. 분기 단위 영업적자를 냈음에도 SK하이닉스는 기존보다 줄어든 수준인 연봉의 40% 수준을 지급했다.
내년에는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자 각사 노조들은 차선책으로 기본급을 올리기 위한 임금인상률 협상에 나섰다. 불경기에 실적 둔화로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물가상승 폭이 가파른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 인상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계청 집계 기준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올해도 이와 유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측에 △경쟁사보다 높은 임금인상률(최소 6% 이상) 또는 일시금 보상 △고정시간외 수당 17.7시간 철회 △재충전 휴가 5일 △노조창립일 1일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그간 올해 10% 이상 임금 인상을 요구했으나 6%로 인상률을 줄였다. 이는 삼성전자가 노사협의회와 합의를 통해 결정한 올해 임금인상률 4.1%보다 2%포인트 높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실적발표에 앞서 이번주 내 임금인상률을 책정해 사측에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