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세 수입 실적을 보면 교통·에너지·환경세수는 11조1164억원으로 2021년 실적 대비 5조4820억원(-33.0%) 감소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5조500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올해 1월 국세수입(42억9000억원)은 전년 대비 6조8000억원 감소하며 연초부터 세수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최근 국제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도 호재다. 당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증가로 국제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발발한 은행 위기로 인해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2~16일)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78.3달러로 전주보다 4.3달러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하락세가 정부의 유류세 인하폭 축소분을 상쇄할 수 있다.
단계적 조정 시 2019년 시나리오 재현?
윤석열 정부도 5월부터 유류세 인하 조치를 추가 연장하면서 완충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 인하를 한꺼번에 환원시킬 경우 에너지요금이 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지난 겨울 가스요금 인상으로 인한 ‘난방비 파동’으로 들끓었던 민심을 저소득층 지원 확대 및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기조를 앞세워 간신히 식힌 상태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도 석유류 가격이 1.1% 하락하면서 10개월 만에 4%대로 둔화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경유 유류세 인하 폭을 휘발유 수준(25%)으로 낮춘 뒤, 서서히 인하 폭을 줄여가는 방식으로 파장을 최소화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휘발유·경유·LPG부탄 인하폭을 20%로 일괄 축 등을 예상하고 있다.
고물가 부담 여전…고환율·국민 반발 우려도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가 본격 추진하는 민생 행보도 국내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민생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가칭)를 출범시키고 위원장에 조수진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김기현 의원이 여당 대표 취임 후 처음 만든 당내 특위인 만큼, 사실상 증세 효과를 내게 될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 방침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전문가들은 유류세 정상화까지 단계적 조치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상수지 적자 여부 등에 따라 현재 1300원선을 오가는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여지도 있고, 이는 휘발유값을 다시 올려 물가를 재차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 반발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류세는 모든 국민에게 전부 골고루 부담시키는 세금”이라며 “소득과 관계 없이 거의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소득층 더 어려울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저항을 키우는 것이 정부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유류세 인하 연장과 단계적 정상황에 무게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