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는 지난 2015년 호텔 운영을 위해 상상스테이를 설립했다. 상상스테이는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드 서울 남대문’을 소유하고 있으며, 2016년 글로벌 대형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와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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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스테이 지분 100%를 보유한 KT&G는 설립투자금 200억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3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규모로는 740억원을 지원해준 것이다. 모두 종속회사의 재무안정성 강화 및 운영자금확보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상상스테이가 설립 이후 6년째 적자를 내고 있다는 데 있다. 호텔 문을 연 2016년부터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도까지 매출은 95억9000만원에서 226억6000만원으로 2배 넘게 늘고 영업손실도 82억1000만원에서 9400만원까지 줄면서 턴어라운드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닥친 2020년도 매출 규모는 69억1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영업손익은 74억원을 넘는 적자를 냈다. 2021년에는 소폭 실적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61억6000만원 적자를 지속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임을 고려해도 동종업계 대비 실적이 실망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및 여행자 호텔 자산을 운영하는 다른 사업자들은 같은 기간에도 공유 오피스나 단기 렌탈 등을 활용해 흑자를 내는 곳이 있었다”며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만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는 건 경영상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때문? 동종업계 대비 아쉬운 실적
상황이 좋지 않은 자회사에 대한 KT&G의 자금지원이 이게 다가 아닐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KT&G가 출자한 740억원이 상상스테이에 묶여 있다”며 “2022년에도 턴어라운드를 기대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KT&G가 메리어트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 자본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T&G “상상스테이 선방…내년 흑전 기대”
KT&G는 이 같은 자금 지원에 대해 “호텔의 조기 전력화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며 “현재 호텔의 매출은 다시 성장세에 접어들어 2024년에는 코로나 이전의 경영실적 회복 및 흑자전환을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상스테이의 경영적자는 호텔업 전반 어려움에 따른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뿐 아니라 규모가 유사한 경쟁호텔 모두 큰 폭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호텔업 전반의 어려움이 최근 3년간 지속됐다는 설명이다.
KT&G의 추가 자금지원이 계속될 것이란 지적도 반박했다. 상상스테이 현금자산이 370억원가량 있어 추가 자금 출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KT&G, 2조원 현금으로 주주환원 힘써야”
일각에선 신산업으로 보기 어려운 호텔업에 KT&G가 뛰어든 것도 경영상 판단 미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호텔업에서 특히 상상스테이처럼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 한 채를 갖고 있는 ‘싱글 호텔 모델’은 이익을 내기에 불리한 구조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이익을 내기 어렵거나 성장단계 자회사를 지원하는 차원이라면 몰라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자회사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KT&G는 2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으로 성장성이 있는 산업을 선별해 투자하거나 배당하는 식으로 주주에게 환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KT&G는 지난 6일 의약품 제조와 판매업을 하는 종속기업인 영진약품에 45억원을 대여했다고 밝혔다. 현금흐름 개선을 위한다는 목적이다. 영진약품은 지난 2021년과 2022년 각각 139억원, 74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KT&G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회사 자금지원 반작용이 거세질 전망이다.